가족은 지옥이자 버팀목…유머로 감싼 40대 우울증 여성의 삶
[신간] '슬픔과 기쁨'... 2022 브리티시 북 어워드 수상작
오진과 자기혐오, 가족의 상처를 지나 다시 삶의 기쁨을 더듬는 회복 서사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2 브리티시 북 어워드를어워드를 받은 멕 메이슨의 장편소설 '슬픔과 기쁨'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마흔 살 여성의 일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처연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파괴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복잡미묘한 관계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슬픔과 기쁨'은 평생 우울과 자살 충동을 안고 살아온 마사의 삶을 따라간다. 그는 삶이 버겁고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믿는다. 좌절과 체념 속에서 스스로를 방기하지만, 절망의 바닥에서 다시 기쁨을 향한 의지를 더듬기 시작한다.
소설은 오래된 오진에서 출발한다. 17살에 처음 찾아온 발작적 공포와 무기력 앞에서 마사는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한다. 신체 증상만 보고 넘긴 판단은 그의 삶을 더 오래 어둡게 끌고 간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성인이 된 뒤에도 우울, 불안, 자기혐오로 되돌아온다.
마사는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소설은 그 인상을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오래 방치된 고통의 결과로 밀고 간다. 자기방어로 똘똘 뭉친 태도, 급변하는 감정, 삶을 스스로 망가뜨린 듯한 선택들 뒤에서 그는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다.
이 소설의 미덕은 고통을 비장하게만 다루지 않는 데 있다. 멕 메이슨은 분노와 우울, 혼란을 유머와 재치로 감싼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처연한데도 가볍게 읽히고, 웃음을 머금게 하면서도 인물의 상처를 더 선명하게 남긴다. 무너진 삶을 다루되 연민에 기대지 않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가족 서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이다. 마사는 어머니와 이모, 여동생 잉그리드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선다. 술과 파티를 즐기며 가족 위에 군림한 어머니, 열등감과 허영을 자극하는 이모, 가장 사랑하면서도 질투를 감출 수 없는 잉그리드는 모두 마사를 흔드는 동시에 붙드는 존재다.
작가는 가족을 따뜻한 안식처로만 그리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고, 동시에 가장 늦게 손을 내미는 장면도 가족 안에서 나온다. 마사는 이 복잡한 감정 속에서 미움과 체념, 질투와 사랑을 한꺼번에 배운다. 가족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세게 부수고 또 가장 끈질기게 일으키는 존재라는 뜻이다.
마사의 결혼과 이혼도 이 흐름 안에 놓인다. 겉모습만 보고 다가온 첫 결혼은 빠르게 무너진다. 오랜 친구 패트릭과의 두번째 결혼 역시 순탄하지 않다. 다만 이 관계는 파탄만 남기지 않는다. 마사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병원을 찾고, 자기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도 그 관계 안에서 생긴다.
멕 메이슨은 기자로 일하며 글을 써온 호주의 소설가다. 2017년 '엄마가 되다'로 데뷔했고, 두번째 장편 '슬픔과 기쁨'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한국어판 번역은 이은선이 맡았다.
△ '슬픔과 기쁨'/ 멕 메이슨 지음/ 이은선 옮김/ 문학동네/ 1만8500원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