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상실 뒤에 남은 삶을 다룬 장편소설
[신간] '성냥과 풋사과'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단요가 장편소설 '성냥과 풋사과'를 펴냈다. 소설은 서른일곱 살 선재가 끔찍한 사고에서 살아남은 열다섯 소년 건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선재는 가야산 아래 시골집에서 번역 일을 하며 산다. 소설은 선재에게 서울의 친척이 건우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관계의 문을 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상실 뒤에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견디는 시간이 놓인다.
작품은 참사와 비극이 지나간 뒤의 삶을 묻는다. 당위도 필연도 없이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흔들린다. 소설은 섣부른 이해보다 인내를, 손쉬운 다정함보다 기다림을 앞세운다.
선재의 과거는 미국에서의 상실로 시작한다. 그는 9·11테러에 휩쓸려 부모를 잃고 다리를 저는 장애와 신경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친척들 사이를 전전한 끝에 합천으로 보내지고, '작은이삼촌'과 여자 친구 '이서' 등 주변의 도움 속에서 몸을 추스른다.
건우는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그는 친족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여동생과 둘만 남겨진다. 어머니에게 벌어진 비극을 자기 탓으로 여기며 두문불출하고, 친척들은 건우를 선재의 집으로 보낸다.
선재는 건우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본다. 그는 건우를 돕기로 마음먹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안다. 단요는 "돌보는 일의 핵심은 절절한 정념이나 따듯한 한마디가 아니라 인내심이었다"라고 말한다.
작품은 회복 서사를 매끈하게 다듬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물들을 통해 피해자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온전히 옮길 수 없듯, 타인의 마음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감각이 서사의 바탕을 이룬다.
단요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장편소설 '다이브' '인버스' '마녀가 되는 주문'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목소리의 증명' '피와 기름' '트윈' '캐리커처' 등을 펴냈고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 SF어워드 우수상을 받았다.
△ 성냥과 풋사과/ 단요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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