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으로 나온 윤동주·이상…"암울한 시대 밝힌 빛의 시"

[신간]명시 앤솔로지 '1930, 제비다방에 가다'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박제된 천재로 기억되는 이상, 수줍은 청년 윤동주, 멋과 언어의 시인 백석. 교과서 속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시인들이 1930년대 '경성'의 공기와 함께 다시 걸어 나온다. 도서출판 청년서관이 시대를 관통하는 명시 컬렉션 '1930, 제비다방에 가다'를 출간했다.

이번 신간은 1930년대 경성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제비다방’을 상징적 무대로 삼아,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건너온 명시 88편을 한 권에 담은 앤솔로지다. 윤동주의 깊은 고뇌, 이육사의 서릿발 같은 결기, 백석의 애틋한 언어는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과 위로를 남긴다.

특히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우리말을 갈고닦으며 언어의 절정을 이뤄낸 100년 전 청춘들의 문장이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오늘,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으로 말을 건다.

책에는 윤동주, 정지용, 백석, 이상 등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15인의 대표작 88편이 수록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부터 한국 현대시의 기틀을 닦은 작품까지, 1930년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이 빚어낸 문학적 성취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구성은 1930년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살아낸 당시 청춘들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총 4부로 짜였다.

1부는 백석의 시편들을 중심으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언어를, 2부는 정지용의 작품을 통해 상실된 고향과 기억을 다룬다. 3부는 이육사·이상화 등이 보여준 저항과 결기를, 마지막 4부에서는 윤동주의 성찰을 통해 고단한 삶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던 청년 정신을 조명한다.

디자인 역시 눈길을 끈다. 표지에는 근대 미술의 거장 구본웅이 절친 이상을 그린 명화 ‘친구의 초상’을 사용해 1930년대 경성의 모던한 예술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제비다방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를 100년 전 거리로 이끈다.

김도열 편저자는 “1930년대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했던 역설적인 시대”라며 “가장 어두운 밤에 별을 노래했던 문장들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30, 제비다방에 가다 / 김도열 편저 / 청년서관 / 1만 2000원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