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땅으로 몰리는 진짜 이유…은행·대출·세금 얽힌 구조
'단일세'로 땅의 이익을 나누자…헨리 조지의 오래된 제안
[신간]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영국 출신 경제기자 마이크 버드는 왜 돈이 자꾸 '토지'로 몰리는지 역사적 기원을 밝힌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을 펴냈다. 책은 고대의 세금부터 오늘의 대출과 거품까지, 땅·은행·정책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부동산 이야기는 보통 집값 오르내림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게 시작한다. 핵심은 '토지'다. 은행이 돈을 빌려 줄 때 가장 믿는 담보가 토지이기 때문이다. 토지와 대출이 엮이면 경기가 좋을 때는 더 빨리 오르고, 나쁠 때는 더 크게 흔들린다. 땅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도 함께 벌어진다.
토지는 옛날부터 힘의 근원이었다. 누가 어느 땅을 가졌는지 기록하고 세금을 걷는 기술이 국가를 움직였다. 산업화가 진행되자 토지는 '신용의 안전망'이 됐다. 위기가 올 때마다 은행 대차대조표에 자리 잡은 '부동(不動) 자산'이 흔들렸고, 그 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번졌다. 어려운 말 같지만 메시지는 간단하다. 토지는 움직이지 않지만, 돈의 흐름은 토지에 묶여 크게 흔들린다.
생각을 바꿔 보자는 제안도 나온다.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는 '단일세'를 말한다. 토지에서 생기는 이익에 세금을 매겨 모두가 나누자는 취지다. 당시 큰 반향이 있었지만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사례는 '토지 개혁'이 곧 정치의 문제임을 보여 준다.
기업과 일상에서도 토지는 조용히 힘을 쓴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진짜 수익원은 햄버거가 아니라 '점포가 놓인 땅'에서 나오는 임대료다.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토지 담보가 거품을 키운다. 반대로 가격이 꺾이면 담보가치가 낮아져 은행과 가계가 동시에 흔들린다. 가속과 감속이 모두 토지에서 증폭된다.
일본의 이야기는 교훈을 준다. 일본은 저금리와 완화 정책 속에서 '토지본위제'처럼 보이는 거품을 키웠다. 붕괴 뒤에는 토지를 기댄 신용이 얼어붙어 장기침체가 굳었다. 중국은 토지를 재정과 개발금융의 기초로 삼아 빠르게 성장했지만, 레드라인과 부채 조정에서 큰 충격을 맞았다. 반대로 싱가포르는 공공 토지 소유와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위험을 줄이는 다른 길을 택했다.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생산성이 높은 '슈퍼스타 도시'는 토지 규제가 쌓이면 집값이 급등하고, 청년의 이사·취업·출산 결정까지 바뀐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주거비가 다르면 삶의 선택이 달라진다. 그래서 집값 문제는 단순한 시장 이슈가 아니라 사회의 기본 질서와 연결된다.
저자는 내 집 마련과 국가 정책 모두 '가격 예측'만 보지 말고 '흐름'을 봐야 한다. 토지·신용·정책이 서로 밀고 당기는 구간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의 덫'을 피하려면 공급·과세·도시 계획을 함께 설계하고, 담보 중심의 대출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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