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아내 먼저 보낸 노교수 이야기
[신간] '바움가트너'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바움가트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하루를 살아 내는 법을 다룬다. 거창한 사건 대신 부엌의 냄비, 창밖의 새 같은 작은 것들이 주인공의 기억을 깨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바움가트너는 대학에서 가르치던 노교수다. 어느 날 부엌에서 까맣게 탄 냄비를 보다가 세상을 떠난 아내 애나를 떠올린다. 그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그 냄비처럼 소소한 물건들에서 아내와 함께한 시간을 다시 꺼내 본다.
소설은 이런 작은 장면들을 따라간다. 오래된 커피잔, 마당을 스치는 새, 창밖의 구름. 바움가트너는 물건 하나, 순간 하나에서 기억의 실마리를 잡는다. 독자는 상실이 단지 ‘없어짐’이 아니라 ‘남아 있는 흔적’이 될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작가는 ‘허구’가 완벽한 증거는 아니어도 ‘마음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쓰고 읽는 일은 슬픔을 없애지는 못해도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다. 바움가트너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하듯, 독자도 책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연결’이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가족, 친구, 동료와 연결될 때 하루가 버틸 만해진다. 바움가트너는 주변의 사람들과 다시 말을 섞고, 작은 친절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다.
이야기의 길이는 길지 않다. 하지만 상실·기억·우연·현재 같은 중요한 주제가 촘촘히 담겼다. 소설은 무엇이 ‘중요한 하루’인지 묻고, 대답을 ‘지금-여기’에서 찾자고 말한다. 결국 남는 것은 오늘을 잘살아 보려는 결심이다.
국내판에는 소설가 김연수의 짧은 헌정 에세이가 함께 실렸다. 오스터를 오래 읽어 온 독자에게는 작별 인사처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따뜻한 안내문처럼 읽힌다. '바움가트너'는 큰 사건보다 누구나 겪는 이별과 그 뒤의 빈자리에서 시작해 조용히 회복으로 향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열린책들/ 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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