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의 생장점을 만난다…황금드래곤문학상 본심 9편 모음집

[신간] '여기보다 나은 우주는 없어'

[신간] '여기보다 나은 우주는 없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황금가지가 제7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이야기 부문' 본심 진출작 9편을 묶어낸 브릿G 단편모음집 '여기보다 나은 우주는 없어'를 펴냈다.

이번 모음집에는 AI를 집주인으로 섬기는 미래, 눈의 개수가 힘을 좌우하는 세계, 우주를 집어삼키는 진공 거품 같은 설정이 한 권 안에서 모아져 서로 다른 불안을 건드린다.

첫 문은 '강남 하늘 재개발'이 연다. 강남구청 재개발기획팀 김명조 주무관은 서울을 감싼 돔을 뚫는 높이 8565미터 초고층 아파트 계획서를 받아든다. '고딕'이 주도하는 계획은 '돔뷰' 욕망을 자극하지만, 재개발의 야심이 단순한 조망권 경쟁으로 끝나지 않음을 예고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는 말기 암 환자인 엄마의 임종을 지킬 자신이 없는 딸이 자신을 본떠 만든 AI 휴먼을 선택하는 순간으로 들어간다. 제작자는 전 남자친구 선우다. 주인공은 따지기보다, 자신 대신 마지막을 지킬 존재를 그 회사에서 만들기로 한다.

'생성형 선문답'은 의식과 생명의 차이를 AI와의 문답으로 밀어붙인다. 생물학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의식이 생명이라 주장할 수 없는가, 질문은 반전의 형식으로 되돌아온다.

중반부는 탈피와 변형의 서사를 펼친다. '탈피'에서 박사 이원은 화성과 목성의 소행성대에서 발견된 직경 150킬로미터 미지의 구조물을 분석하라는 명령을 받고 호출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와 함께 왜 자신이 적임자인지도 문제로 남는다.

'불모의 계절'은 석가의 질서로 재편되는 세계에서 야차들의 여왕 하리제가 겪는 변화를 따라간다. 아이를 잡아먹던 야차였던 귀자모신 하리제가 아이를 돌보는 여신으로 거듭났다는 신화를 바이오 SF로 다시 쓴다.

'두눈박이 살인 사건'은 법칙 하나로 세계를 세운다. 다른 존재를 죽이려면 그 존재보다 더 많은 눈이 필요하다. 두눈박이가 사망한 사건을, 단 하나의 눈도 없는 영눈박이가 추리한다. 규칙이 곧 권력이고, 결핍이 곧 시선이 되는 구조다.

후반부는 생존의 형태를 더 거칠게 밀어붙인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에서 우주를 미친 속도로 집어삼키는 진공 거품을 막기 위해 조직된 탐사대는 자살 특공대에 가깝다. 그럼에도 영우는 '달리 방법이 없어' 자원한다.

'민달팽이 클린 서비스'는 등껍질이 등에 돋아 그 안에서 기거하는 세계를 제시한다. 등껍질이 자라지 않는 '무갑인'은 차별 속에 살고, 정한율은 타인의 등껍질을 청소하며 버틴다. 단골 손님이 연쇄 실종 사건에 휘말리며, 이해할 수 없는 진화 뒤의 끔찍한 비밀이 드러난다.

한편 황금드래곤문학상은 국내 장르문학의 저변 확대하기 위해 제정됐다. 소개한다. 웹에 공개된 중·단편을 심사하는 '이야기 부문'과, 데뷔 5년 이내 신인 작가의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 부문'으로 나뉜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 여기보다 나은 우주는 없어/ 윤순영·여하정·비전·송동호·강늠연·고수고수·창궁·이요람·김이은 지음/ 황금가지/ 1만 8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