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부터 AI까지…지식 큐레이션의 변천사

[신간] '인간지능의 역사'

[신간] '인간지능의 역사'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인간지능의 본질을 발견·수집·읽고 쓰기·소통의 역사로 재구성한 '인간지능의 역사'를 펴냈다.

이 교수는 기술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보는 공진화 관점에서 AI시대의 판단·창의·윤리를 다시 설계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인간지능을 '세상을 인식하고 의미를 구성하며 지식을 창출·전승하는 총체 능력'으로 정의하고, 고대에서 오늘까지의 변화를 4가지 축(발견·수집·읽고 쓰기·소통)으로 나눠 다룬다.

1장은 '발견'을 다룬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망원경·현미경이 연 우주·세포의 세계, 오늘의 계산과학·생성 모델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 도구가 보여 준 현상을 해석하고 책임지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임을 강조한다.

2장은 '수집'의 계보를 복원한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르네상스 복원, 백과사전과 공공 지식 시스템, 오늘의 위키와 '디지털 정원'까지를 살펴보면 지식은 부족에서 과잉의 국면으로 이동했다.

3장은 '읽고 쓰기'의 전환사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 여백의 재발견, 인쇄술이 만든 비선형적 사고, 그리고 디지털 읽기까지 이어진다. 인공지능이 요약·번역·생성에 기여해도 인간의 읽고 쓰기는 맥락·아이러니·실존적 질문으로 깊어진다는 점을 확인한다.

4장은 '소통'의 역사성을 살핀다. 아고라의 경쟁적 토론, 수도원의 몰입, 편지공화국의 느리지만 신뢰할 만한 네트워크, 디지털 광장의 속도와 편향, AI 대화의 편리와 한계를 함께 놓고 인간 대화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5장은 공존 방정식으로 수렴한다. '목격' 중심 지식 생산의 한계를 짚고, AI가 연 가상 환경·확률적 추론의 세계에서 인간의 역할을 설계·집합·연결·협력으로 재정의한다.

저자는 철학·과학사·디지털인문학을 가로지르는 연구자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서울대 AI연구원 인공지능·디지털인문학센터장을 맡아, 고전·과학·디지털 사유를 묶는 전작들을 통해 '인문학적 발명'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 인간지능의 역사/ 이은수 지음/ 문학동네/ 2만 3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