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으로 포착한 인생극장"…도서관의 은밀한 일상을 담다
[신간] '삶은 도서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삶의 아카이브'로 그려낸 에세이가 출간됐다. 도서관이라는 정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과 그 이면의 묵직한 인간사를 다섯 개 서가로 나누어 담아냈다.
저자는 완벽한 'A컷'이 아닌, 도서관의 정숙을 깨는 생동감 넘치는 'C컷'들에 주목한다. 난청으로 인한 유쾌한 오해, 생리현상, 비밀 연애 커플, 만화책을 숨기는 아이들 등의 사연들은 도서관이 온갖 욕망과 사연이 부딪히는 '인생극장'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묵직한 삶의 무게가 공존한다. 1년 넘게 28번 사물함을 쓰던 취준생의 뒷모습, '영혼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찾아 헤매는 노인의 간절함, 팔순에도 신춘문예 당선을 꿈꾸던 '007가방 어르신'의 열정은 고독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도서관이 '삶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피난처'임을 깨닫게 한다.
이어서 저자의 시선은 '노동자의 윤리'로 향한다. 책 대출 목록에서 이용자의 '인생서사'를 읽어내는 도서관 노동을 '마음을 다루는 치열한 감정 노동'이자 '마음의 봉합'으로 재정의한다. 아울러 찢어진 책을 수선하듯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역설한다.
이 책은 인생을 정해진 목표를 향한 마라톤이 아닌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추는 한바탕의 춤'에 비유한다. 도서관의 '정배열' 속에서도 방황하는 '오배열된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 삶은 도서관/ 인자 글/ 싱긋 / 1만 5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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