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 미술에도 이슬람 문화가 있다"
[신간] '중세 한국 미술, 이슬람 문화와 만나다'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종교적 특이성을 담은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우리 문화 속에서 찾는 여정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런던대학교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원(SOAS) 연구교수 김인성이다.
이 책은 이슬람 문화와의 관계 고찰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하는 '미술', '예술'의 기준이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일 수 있다는 반성을 유도한다. 아울러 서양 미술의 서열(건축, 조각, 회화, 공예)과 달리, 이슬람 문화에서는 서예가 가장 중요한 예술 양식이었음을 부각한다. 이는 서예를 중시하고 시서화를 함께 했던 동아시아 문화와 공통점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특히 이슬람 공예품은 일상성과 예술성이 혼재된 실용적인 특징 덕분에 종교나 문화권을 넘어 쉽게 유입될 수 있었다. 무슬림들의 주전자나 대야 같은 일상용품이 유럽 왕실의 애호품이었던 것처럼, 이슬람 미술의 실용성은 한국의 물질문화에서도 거부감 없이 그들의 공예품을 수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은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 지금보다 덜했다고 말한다. 또한 압바스 칼리파 아래에서 권력을 행사했던 바르마크 가문이 불교도 가문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슬람제국과 불교 문화권이었던 한반도 사이의 문화적 접촉은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한반도 왕조와 이슬람 대제국 간의 기록이나 유물이 확인된다면, 이는 곧 한국 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문화의 포용성을 크게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물질문화 사례를 통해 역사의 공백을 메꾸고 관념의 한계를 넘는다, 중세부터 시작된 이슬람 문화 교류의 장을 오늘날 다시금 이어갈 수 있는 지점을 제시한다.
△ 중세 한국 미술, 이슬람 문화와 만나다/ 김인성 글/ 소명출판/ 2만 8000원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