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문화유산을 만나는 궁궐 여행' 출간
[새책] 신명철 작가의 ‘아는 만큼 보이는’ 조선의 다섯 궁궐 이야기
40년 발품과 열정이 빚은 우리 문화유산 길잡이
- 김형택 기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전통 건축물의 기둥과 현판에 걸린 글귀 ‘주련’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숨은 의미를 탐색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주련 따라 떠나는 여행 (2019, 상상박물관)'의 신명철 작가가 6년 만에 더욱 풍성해진 역사 기행으로 돌아왔다.
최근 출간된 신작 '내 고장 문화유산을 만나는 궁궐 여행'은 독자들을 궁궐의 담장 너머, 전국 각지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의 다채로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을 가르친 저자 신명철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문화재 답사’ 활동을 통해 전국 3500여 곳을 탐방하며 사진작가 최태규와 함께 10만 장 이상의 사진으로 현장을 기록했다. 직접 발로 뛰며 탐구한 방대한 자료와 함께 그의 오랜 교육 경험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유산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서사로 풀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책은 조선 궁궐 다섯 곳(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을 중심으로 각 전각의 내력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탐구한다. 예를 들어, 경복궁 광화문 편에서는 화성 용주사 중문간과 강릉 어명정을 대비하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치고, 근정전의 청동 유물 '구정'이 실제 '향로'임을 밝히는 새로운 발견을 소개한다.
궁궐의 대문, 정전, 집무실, 사랑채 등 각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지역 유적을 궁궐과 연결짓는 방식은 저자의 36년 발품이 빛을 발하는 부분으로, 독자가 궁궐을 멀게 느끼지 않게 한다. 예를 들어 궁의 문을 설명하며 다른 지역에 있는 성문이나 관아의 문을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궁궐을 우리 고장의 관아 건물, 민가, 서원과 '비교 답사'하는 방식은 독자들이 우리 건축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각 문화유산이 맺고 있는 관계의 그물망을 발견하게 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출판사(하움) 측이 "7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사진과 전문 용어로 인해 편집에 큰 공을 들였다"고 밝힌 만큼, 풍부한 시각 자료와 깊이 있는 정보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전작 '주련 따라 떠나는 여행'이 현판과 기둥에 새겨진 글귀라는 ‘점’을 통해 건축물을 깊이 들여다보는 미시적 탐구였다면, 이번 '내 고장 문화유산을 만나는 궁궐 여행'은 궁궐과 우리 문화유산 전체를 아우르는 ‘면’으로 시각을 확장한 거시적 탐사라 할 수 있다.
역사와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혹은 늘 그 자리에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신명철은 강릉교육대학과 홍익대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교장·장학관·학생교육원장을 거쳐 2019년 정년 퇴임했다. 40년 가까이 전국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축적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2019년 첫 저서 '주련 따라 떠나는 여행'을 펴낸 바 있다.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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