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죽기 전 꼭 해야 할 일이었다"
23일 '모두를 위한 미술사' 출간 기자간담회…"K컬처 뿌리 韓미술 의의 전하려"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미술 알림이' 유홍준(76)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신간이 필생의 과업이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신간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유 관장은 이 자리 참석을 위해 "관장 된 후 처음으로 휴가를 냈다"고 했다.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를 한 권에 담은 K-미술사 통사이자 입문서로, 총 660쪽에 달한다. 이 책의 '전신'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시리즈다. 2010년 1권 출간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총 6권, 26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완간됐다. 즉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이 시리즈를 약 4분의 1로 압축해 핵심만을 추린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외국인용 버전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다.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한국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까지 시대순으로 서술됐지만,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는 건축·조각·회화·공예 등 장르별로 구성됐다. 유 관장은 "한국 역사와 지리 등에 낯선 외국인들이 K-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이 책을 출간한 계기에 대해 "요즘 한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시점에서 K-컬처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려줄 한국미술사 입문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책상에 앉아 밑줄을 치면서 공부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 편안히 독서하는 가운데 한국미술의 역사를 익힐 수 있기를 바랐다"며 "벽돌 책이 될까 봐 종이도 100g 말고 80g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미술사를 전공하면서 늘 '한국 미술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그 고민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 1985년 9월, 신촌의 대안공간인 우리마당에서 열린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였다. "처음에는 20명이 모이더니, 어느 순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10년간 그림마당민, 예술마당 금강, 학전 소극장 등 장소를 옮겨가며 대중을 만났다.
유 관장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를 집필하면서 특히 고려한 점에 대해서 "선사 고분미술과 공예 등 각 장르를 중국, 일본의 그것과 비교해 동양 3국의 미술에서 한국미술이 지닌 독자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미술사는 그 자체로도 독립성을 지니지만 동양미술사의 일원으로 당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문화적 대주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관장에 따르면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될 예정. "K컬처의 뿌리를 이루는 문화적 전통이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세계인들의 요구가 날로 커지는데 외국어로 출간된 우리 미술사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현직 관장으로서 책을 출간하는 것이 조심스럽지 않았는지 묻자, "관장이 직책 내놓고 마케팅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면서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앨프리드 바 주니어 관장 등은 재임 중 책을 썼다, 관장으로서 책을 내는 것이 우리 문화와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js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