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숨이 되살렸다…만주 위안소에 갇힌 15세 소녀 이야기
[신간] '간단후쿠'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김숨의 '간단후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을 소설로 옮긴 장편이다. 만주 위안소에 갇힌 소녀의 몸을 통해 전쟁과 폭력, 그리고 기억의 의미를 묻는다.
"나는 없애고 싶은 몸에 간단후쿠를 입힌다" 장편소설 소설 '간단후쿠'은 이렇게 시작한다.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위안부'들이 입던 원피스형 옷의 이름이자, 그 옷을 입은 이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소설가 김숨은 이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옷이 곧 몸이 되고, 몸이 곧 역사와 폭력의 현장이 되는 과정을 문학적 언어로 옮겼다.
주인공은 15세에 만주 스즈랑 위안소에 끌려온 소녀다. 원래 이름은 '개나리'였으나 일본군은 그녀를 '요코'라 불렀다. 소설은 소녀가 임신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만삭에 이르는 계절의 시간을 따라간다.
요코의 몸 안에서 자라나는 또 다른 생명, 몸 밖에서 덮쳐 오는 군인들. 그러나 간단후쿠는 벗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옷에서 위안소, 위안소에서 전쟁터로 확장되며 소녀를 둘러싼 세계를 형성한다.
스즈랑에는 열 명의 소녀들이 함께 있다. 땅에 편지를 쓰는 나오미, 서로를 돌보는 나나코와 하나코, 고향의 미래를 꿈꾸는 아유미, 일본어에 능숙한 에이코, 아편에 기대는 사쿠라코, 침묵하는 미치코, 나이를 잊은 요시에, 죽을 때까지 저항하는 레이코, 끝내 '스미마센' 하지 않는 고토코.
그들은 피해자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의지와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요코의 생존 방식은 상상이다. 하늘을 보며 고향을 떠올리고, 간호사 복장을 입는 상상을 하고, 때로는 군복을 입는 자신을 그린다. 군복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옷, 간단후쿠는 군인을 받아야 하는 옷. 그는 두 옷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위문 출장에서 더 끔찍한 전쟁의 현장을 목격한다.
김숨은 이전에도 '한 명',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듣기 시간' 등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문학에 기록해왔다.
소설은 '군표'라는 상징적 소재도 제시한다. 군표는 군인들이 여자아이를 사는 화폐이자, 소녀들이 몰래 모으며 희망을 붙잡는 기호다. 송아지를 살 수 있을까, 쌀 한 되를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은 군표에 삶의 애착과 절망을 동시에 담는다.
△ 간단후쿠/ 김숨 지음/ 민음사/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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