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북한, 흑인 아이 '막둥이'와 그 가족의 비극적인 운명"

[신간] '싱잉로드'

싱잉로드 (이든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싱잉로드'는 영화 '탈주'의 이종필 감독이 "이데올로기 너머 작은 소원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극찬한 책이다. 저자가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이 작품은 1990년대 북한을 배경으로 흑인 아이 '막둥이'와 그의 가족이 겪는 비극적인 운명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북한 주민 홍 할머니의 어린 손녀 '소원'이 상금을 타려고 노래를 잘하는 막둥이를 노래자랑에 데려가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막둥이는 검은 피부를 가리기 위해 판다곰 인형을 쓰고 처음 바깥으로 나온다. 하지만 소원의 욕심 때문에 막둥이의 존재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홍 할머니는 손주들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국내에서 해외로, 끊임없이 상충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흑과 백을 모두 포용하는 '회색주의자'의 시선을 그려낸다. 독재적인 체제와 감시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북한 인권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끝없이 되돌아오는 차가운 비바람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소설의 배경인 비무장 갯벌과 같다.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처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건강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고통의 기억을 쉽게 잊지도, 잊으려 하지도 않는다. 오래 응시하며 결국 고통의 근원을 찾고야 마는데, 이 이야기가 바로 그 사례다"며 "금, 틈, 균열, 간극, 사이, 겨를, 공백…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영화감독인 저자는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언젠가 영상으로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이야기"라고 논평했다.

△ 싱잉로드/ 김형균 글/ 이든하우스/ 1만8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