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에게 건네는, '잠정'이 선물한 자유

[신간] '잠정의 위로'

위즈덤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1만여 독자에게 젠더·페미니즘 뉴스레터를 보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해방할 길을 모색하는 이혜미 기자의 신작 에세이 '잠정의 위로'가 나왔다.

저자는 약 100년 전 영국에 살던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가려 뽑아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으로 답장을 쓰는 형식으로 책을 완성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작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100년 뒤 자기만의 방과 소득을 가진 교육받은 여성의 삶을 상상했다.

그 100년까지 3년이 남은 지금, 저자는 여전히 여성에게 사나운 세상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자 애써온 시간을 털어놓는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기자가 된 저자는 다른 사람이 볼 때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를 손에 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두 가지를 거머쥐었을 때 오히려 '부자유'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글을 통해 시대를 가로지르며 글 쓰는 여성들과 만난 끝에 발견한 '잠정'의 자리가 위로가 됐다고 전한다.

'잠정'은 저자에게 자기만의 삶을 살더라도 불안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고 머물 공간, 여전히 기울어진 땅 위에서 안정적으로 주어진 여성의 역할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했다.

저자는 자신이 울프와 나혜석, 시몬 드 보부아르, 아니 에르노 그리고 자신을 축조한 모든 여성의 말을 붙잡고 그 길을 건너왔듯, 이후에 올 여성의 질문에 삶으로 답을 건넨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추천사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은 여자라면 당도할 수밖에 없는 '잠정'의 자리를 저자가 발견해 준 덕에 안정과 자유 사이에서 헤매던 내 삶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 잠정의 위로 / 이혜미 저 / 위즈덤하우스 / 1만 7000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