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오직 내 마음이 나를 살리고 죽이고
박상미의 '마음아, 넌 누구니'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신라 고승 원효 대사의 유명한 '해골 바가지' 일화와 함께 배우는 가르침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게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득도를 위해 당나라로 향하던 원효가 밤이 깊어 토굴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목이 말라 주변의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잘 잤는데 아침에 깨어나서 그 바가지가 해골인 것을 알게 된 순간 배가 아프고 구토가 나왔다. 몹시 고통스럽던 와중에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토굴과 무덤이 둘이 아니로구나. 신라에 없는 진리가 당나라에는 있고, 당나라에 있는 진리가 신라에는 없다는 것이냐'며 그 즉시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다. 그 덕분에 시간이 많이 절약됐던지 전국의 유명 사찰 중 원효대사가 지었거나 지팡이를 꽂았다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세상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 참 많이 듣고, 많이 하면서 산다. 유행가 가사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그 '마음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서 현실의 마음은 늘 괴롭고, 부끄럽고, 화 나고, 부족하다. 그런 마음이 잦으면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이 단 하나도 없게 되는 날, 기어이 중병이 찾아온다. 우리가 아닌, 타인이 아닌 내 마음이 결국 나를 죽이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 나에게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이 열리면 흉터도 무늬가 될 수 있습니다." 신간 산문집 '마음아, 넌 누구니'의 광고 문구로 쓰인 이 말에 저자 박상미(경찰대학 교양교육 교수)의 메시지가 다 들어있다. 뒤의 문장은 선뜻 다가오지 않지만 앞의 문장은 확 다가온다. 오직 나를 위해 '미움받을 용기'를 내라는 뜻으로 읽힌다. 동양 철학자 최진석(건명원 원장)이 산문집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내면서 던졌던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일성이 다시 떠오른다.
경청(傾聽, 敬聽)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깊게 듣거나,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일이다. 이것은 몹시 중요한 일이라서 유능한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기도 하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경청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때문에 직장이든 학교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평판은 늘 평균 이상이다. 어떤 사연으로 마음이 괴롭거나 아프거나 분노에 찬 사람 곁에서 그의 말을 주의깊게, 끝까지, 맞장구 쳐주면서 들어줘 봤거나 반대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청이 얼마나 좋은 마음 치료약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음아, 넌 누구니' 저자 박상미는 경청 전문가다.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저자를 접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저자는 주로 교도소, 소년원이나 미혼모 등 상대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프거나 굴곡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활동을 많이 한다. 마음 치유의 첫 단추는 경청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주면서 저자는 직접 만날 수 없는,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말도 들어주고 싶었나 보다. '마음아, 넌 누구니' 책은 독자가 읽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독자의 말을 들어주는 책이다. 저자에게 주저리주저리 내 말을 늘어놓는 사이에 내 마음이 안정을 찾는 책이다.
필자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에게 필자의 말을 털어 놓자 요사이 편치 않았던 몇 가지 마음이 평상심을 찾는다. 77페이지 '분노하며 원한을 품는 건, 나를 죽이는 거예요'에서 오래 머물렀고, 지금은 250페이지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서 괴로운 나에게' 한참 머물고 있다. '이 책의 수익금은 교도소와 소년원 도서 후원, 미혼모 자녀들의 동화책 후원에 쓰입니다'란 문구가 저자 소개 마지막에 붉게 새겨진 책, 한 권 사면 일석이조다.
◇마음아, 넌 누구니 / 박상미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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