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글 잘 쓰는 연습보다 통찰력 기르기가 중요해요"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박형근 작가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소설을 쓰는 이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남들에게 공감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시인이 되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만 한다는 랭보의 '견자론'을 (소설에서도) 믿습니다."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형근 작가(37)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과 고통, 광기의 모든 형태들을 스스로 탐색하고, 그것들의 정수만을 담는 문학을 주장한 프랑스 시인 랭보의 이론처럼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형근 작가는 우연히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들어가 졸업했지만 스스로 작가가 되겠다는 사명감도, 뚜렷하게 좋아하는 작가나 소설도 없었다. 졸업 후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팔기도 하는 등 한동안 소설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어쩌다 시험삼아 쓴 소설을 상금이 많은 세계문학상에 투고했다가 최종심에 들어 이름이 언급되면서 '소설을 더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당시 최종심에 들었던 작품을 조금 고쳐서 응모해 2011년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두번째로 쓴 장편 '스페이스 보이'(나무옆의자)로 올해 그는 원했던 5000만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대상을 비로소 받게 되었다.
박 작가는 "글 잘 쓰는 기술을 가지고 작은 소재로 늘려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소재가 없으면 별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스토리나 소재가 충분히 완성되지 않으면 아예 시작을 안한다"고 했다.
작가의 말에 걸맞게 '스페이스 보이'는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주간의 우주체험 후 지구로 돌아와 하루아침에 우주 대스타가 된 남성을 주인공으로 했다. 소설의 화자인 '나' 김신은 과거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우주인 훈련을 받은 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2주간 머물기 위해 지구를 떠난다. 그런데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순간 정신을 잃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깨어난다.
자신의 기억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 세팅한 곳 같은 그 장소에서 주인공은 한 외계인을 만나는데 외계인은 주인공의 뇌를 열람한 후 자신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대신 소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쿨'하게 폭우나 한번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소설에서 중심적인 부분은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온 후 발생하는 일들이다. 외계인이 일러준대로 그는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우주정거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미디어가 이를 전파한다. 그후 TV출연 및 인터뷰, 광고요청까지 쇄도한다. 하지만 우주대스타가 된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자 모든 것을 잊고 우주로 가게 한 그녀를 찾아간다.
록음악과 패션 같은 대중문화를 속도감 있는 문장 속에 버무리면서 사랑과 기억의 소중함 등을 암시하는 이 작품을 쓰면서 작가는 소재 외에 문장에 대해서도 천착했다. 예전에 소설인데도 라임(각운)을 맞춘 듯한 영미소설 번역본을 읽으면서 굉장히 잘 읽혀서 자신의 소설에서도 시도해보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장을 조각했다"고 표현하면서 작가는 "스토리와 장면은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가장 간결하고 빠르게 읽힐 수 있는 문장이 될 지 고민하고 다듬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예창작과에서 주로 하는 '글쓰는 연습'보다는 역시 현상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작가는 "소설은 예술 장르 중에 (남들에게서 전수받는) 기술이 필요없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악기를 다루고 화성학도 배워야 하지만 소설은 영감이 떠오르면 그 자체가 텍스트라 그것을 쓰면 된다"면서 "소설을 잘 쓰기 위해 문장을 연습하는 것보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통찰력이나 관찰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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