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다'…고은의 정신 담긴 연작시집 '어느 날'
총 217편 속에 노년에 대한 상념, 허무 속 생의 의지 담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고은 시인(85)이 단시로 구성된 연작 시집 '어느 날'(발견)을 출간했다. 시 전문지 '발견'에 발표했던 연작시 87편과 함께 출판사가 책으로 묶자며 시를 더 청탁해 시인이 불과 3개월 사이에 더 써낸 작품을 합해 총 217편을 모았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상념을 메모처럼 적은 듯 따로 제목없이 '어느 날'이라는 단어에 1번부터 217번까지 번호만 붙였다. 짧아서 격식없고 가벼운 시처럼 보이지만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시상은 '자유'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인 이형권 충남대 교수는 "고은 시는 그동안 서정, 민족, 민주, 민중, 저항, 참여, 선(禪) 등 다양한 주제를 추구해왔지만 그 주제의식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향해 수렴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로부터, 시로부터, 현실 세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데 그 자유를 추구하는 방식이 '나'와 언어에 대한 성찰과, 엇나간 세상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하는 비판과 저항이라는 설명이다.
시인의 자유는 '나'를 넘어서고 우주의 경계를 넘어선다. '바람에게 물어봐//나는 간다가 아니라/간다 나는'처럼 '나'라는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간다'라는 행위를 중시하는 탈주체적 관계론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힘겹게 비탈길을 가는 폐지 줍는 독거노인이나, 억울하게 처형당하거나 옥사한 장기수들을 안타까워하면서 타자에로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노년의 삶과 관련된 시구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봄날 함박꽃 한창인데/나 야윈다/짧은 봄날 벌나비 한창인데/나 시든다//무엇이고 함께 있어야겠지 흥망성쇠도'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태도를 보인다. 또 '마음이란 것도 허공이야//허공에 길 내고/허공에 집 짓고/허공에 나라 하나 세우고' 처럼 허무를 깨달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서 그 위에 무엇인가를 건설해야 함을 아는 생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고은의 시는 인생의 모든 시간, 다양한 순간 속의 역설을 보여준다. 고은 시인의 '작가의 말'에서처럼 자신의 서사 본능에서 만들어지는 장편 시편들을 쓰는 와중에 그는 '솥뚜껑 위의 참깨인 양 뛰어오르기도 하고 두메 산골로 넘쳐나기도 한' 이들 단시들을 썼다. 다음처럼 그의 시 여정은 아직도 창창하다.
'내 안에는/ 불가사의/ 내 밖에는 오직 동사// 나 어디로 가는지 몰라'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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