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2년생 김지영'…"여자라서 공감" vs "피해 의식 거북해"

[베스트셀러 점검②] "페미니즘 입문서" vs "구성 문체 미흡"

편집자주 ...'82년생 김지영' '언어의 온도' '기사단장 죽이기' 등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들의 내용을 점검하고 문단이나 출판계에서 나왔던 비평을 2회에 걸쳐 정리한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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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출간되면 서점 신간 판매대에 약 2주간 진열된다. 그 후 잘 팔린 책은 더 좋은 자리로, 덜 팔린 책들은 서가로 옮겨간다. 매주 수백 권 이상씩 출간되는 책 때문에 서가의 책들도 얼마 후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서가에서 뽑힌 책들은 반품되거나 폐기되어 책의 생명을 다한다.

책 한 권의 미래가 결정되는 기간이 이렇게 단 2주에 불과하다. 간혹 출간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나중에 인기를 얻는 '역주행' 책들도 있다. 그런데 역주행으든 순주행이든 오랫동안 판매대를 지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반드시 '베스트 북'(최고의 책)인 것일까.

지난해 독자들이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으로는 단연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많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이라는 흔했던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의 삶을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다룬 작품이다. 태어나면서 가정에서부터 김지영씨가 겪은 크고 작은 여성차별은 학창시절 여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언행, 대학시절의 연애, 결혼생활, 직장생활의 여성차별로 이어진다.

작품은 남편의 옛 애인이나 시어머니로 빙의한 김지영씨를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기록의 얼개를 가지지만 사이사이에 기사나 통계 등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쯤의 글을 읽는 느낌이라는 평가다.

대중들, 특히 여성들은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공감되는 삶의 순간순간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었다" "남자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며 갈채를 보냈다. 반면 "전개가 너무 뻔하다" "남성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못하고 억지스럽다" "(주인공의) 피해자 의식이 거북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중들의 열기만큼 '82년생'은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문장 웹진이라는 잡지를 중심으로 문학평론가인 조강석·조연정 씨가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책이지만 미학적으로는 부족한 작품 아닌가"라는 주장과 "좋은 문학이라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82년생'은 좋은 작품"이라는 주장을 주고받았다.

조강석 평론가는 '82년생'이 "디테일의 풍부함을 통해 사실의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라며 "대표단수격인 한 평범한 여성이 삶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차별과 불합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치명적 디테일'들이 작품의 메시지 전달을 효과적으로 만든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작품에 관찰자(의사)와 해석자(작가), 재연자(주인공)의 관점이 혼재되어 있고 이에 따라 플롯(구성)도 불완전해진 점은 문제로 꼽았다. 즉 페미니즘 메시지 전달 때문에 플롯과 스타일(문체)이 미흡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조연정은 '어떻게'보다 '무엇을'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조 평론가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이 작품의 디테일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그 당연한 사실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은 아닌가. 이러한 점을 재차 각성시킨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텍스트"라고 옹호하면서 "현실의 비참이 너무나 심각하고 우리의 분노는 너무나 크다"고 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출간한 조남주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2017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에서 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30대 여성들의 보편적 삶을 그려냈다. 조남주 작가는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선정됐다. 2017.8.29/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처음 정치권에서 이 책에 주목해 '역주행'하게 됐다"면서 그 이유로 "특수한 한 개인보다 표준적인 인간상으로 인간을 사고하는 정치권 남성들에게 이 책의 내용은 설득력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소설은 예외적 상황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상황을)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이 드러난다. 그런데 '82년생'은 김지영이라는 평균적 인간을 다루면서 내면 묘사가 거의 없다. 또 읽었을 때 자신이 가졌던 통념이나 상식을 깨거나 불편하게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면은 그다지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하지만 "부담이 없는 이런 점이 대중이 읽기에는 좋았을 것"이라면서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입문서가 되고 다른 이들까지 동참하게 하는 면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역시 "'82년생'은 사회에 논쟁의 거리를 제공하고 세대간, 성별간 대립각을 확인해준 의미가 있어 '베스트 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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