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추천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③]정희성 '저문 강에…'

편집자주 ...한글말을 맞아 '연어' '너에게 묻는다'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우리말이 아름다운 시' 3편을 선정했다.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시어로 유명한 윤동주, 백석, 정희성의 시를 안도현 시인의 간단한 추천 이유와 함께 소개한다.

안도현 시인ⓒ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설명

정희성 시인(1945~)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한 중년의 노동자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흐르는 강물에 삽을 씻으며 고단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절제된 어조와 언어로 일하는 이들의 쓸쓸함과 고단함을 실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