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서울은 '궁궐의 도시'…관광 캐치프레이즈 되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 편' 출간 간담회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궁궐의 도시'가 서울 관광의 구호(캐치프레이즈)가 되길 바랍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68)는 1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 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어디를 가도 5개의 궁궐을 가진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서울 편에 대해 "현장에서 건물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자세하게 썼다"며 "창덕궁을 중심으로 해서 궁궐을 보면 조선시대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볼 수 있다"고 밝혔다.

1993년 처음 출간된 유 소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인문서 최초로 100만부를 돌파했으며, 앞서 8편까지 누적 판매 부수가 380만부에 달하는 국내 최장수 시리즈 인문도서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번 서울 편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수도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 서울 편 1'은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의 구석구석 살피며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 등을 풀어낸다.

이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0: 서울 편 2'에서는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을 시작으로 덕수궁과 그 주변, 동관왕묘, 성균관 등 조선왕조의 계획도시 서울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 왕부터 노비까지 한양에 살던 20만여명의 애환, 각 거리마다 건물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 등을 담았다.

출판사 창비는 이번 서울 편이 2권 합쳐서 약 8000부가 예약판매됐다고 했다. 서울 편은 이번에 출간된 2권을 포함해 총 4권으로 기획됐다. 앞으로 나올 11권은 낙산·인왕산 등과 그 일대, 12권은 북한산·한강과 그 일대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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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석좌교수는 "이 땅에 태어나서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의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다"며 "다른 사람이 내 책을 밟고 넘어서서 우리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용 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질문에는 "'화인열전'(1·2) '완당평전'(1~3)을 절판시킨지 10년이 넘었다"며 "그간 새로운 자료와 논문들이 나와서 그것을 수용하기 전에는 책을 절판시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화인열전 개정판을 내고 여력이 된다면 추사 김정희 평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답사기가 갖고 있는 내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며 "특히 서울, 경기도, 충청북도, 제주도에서 '우리 지역을 왜 안 써주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제까지 쓴 것이 국토의 반인 것 같다. 진주·전주·강릉·경기도 등에 대해서는 쓴 게 아무것도 없다. 언제 어떻게 답사기를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문화재청을 지낸 유 석좌교수는 2008년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당시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문화재청은 지청이 없다"며 "문화재청이 다 관리하는 게 아니라 국보·보물에 해당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한다"고 했다.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관리 주체인데 그 때 상황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해봐야 통하지 않았다. 당시에 참여정부와 언론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원없이 일하고 원없이 터지다가 사표를 내고 나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문화재청장을 3년 반 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며 문화재청장 경험이 자신의 집필에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유 석좌교수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등 서울의 5대 궁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 교토는 14개의 사찰과 3개의 신사를 함께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했고, 중국의 소주는 9개의 정원을 동시에 올렸다"며 "우리나라도 서울 5대 궁궐을 한꺼번에 등재했어야 하는데, 창덕궁만 종묘와 함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유 석과교수는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이어 영남대 교수·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가재울미술사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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