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 일본문학 거장 소설 골라 읽는다

'문학성' 강한 마루야마 겐지, '노벨상 단골후보' 무라카미 하루키
'추리문학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문학의 현재' 요시다 슈이치

무라카미 하루키(왼쪽부터), 마루야마 겐지, 요시다 슈이치.(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얼굴 노출을 꺼려 빠졌다.)ⓒ 사진제공은 순서대로 AFP PHOTO/IVAN GIMENEZ / TASQUETS EDITORES, 이문재, Rie Odawara.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문학성과 오락성 면에서 현재 일본 문학의 최고봉을 점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출간되며 눈길을 끈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오락성이 높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에 이어 독특한 문학세계로 잘 알려진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를 솜씨좋게 줄타기하는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까지 출간되면서 4인 4색의 이들 작품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문학계에 따르면 네 작가 가운데 문학성으로 최고라고 평가받는 작가는 마루야마 겐지다. 반면 '오락성'이 높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페이지 터너'는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 중간 지점에서 문학적인 깊이를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강력한 팬덤으로 대중적인 인기도 누리는 하루키, 그리고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하는 요시다 슈이치가 위치한다는 평가다.

최근 문학 '장인'에 가까운 태도와 강렬한 문학세계로 골수팬들을 갖고 있는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 '파랑새의 밤'(바다출판사)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2000년부터 쓰기 시작해 작가가 14년간 벼린 이 작품은 마루야마의 전작들인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에서처럼 세계(또는 가족)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을 가진 주인공의 독백이 시골 가족의 비극, 삶과 죽음, 사랑을 그려낸다.

작가의 대부분 작품처럼 '파랑새의 밤' 역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친 사내가 주인공이다. 고향을 등지고 떠났다가 도시에서의 노동에 병을 얻은 사내는 퇴직금을 현금으로 가방 밑에 깔고 고향 산으로 '제대로 죽기 위해' 돌아온다. 죽음을 연습하던 주인공은 하지만 살해당한 누이의 살인자와 우연히 맞닥뜨리고 폐가로 변한 생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우를 찾아내 집과 함께 불태운다. 작품 내내 어둡고 강렬한 서사가 산과 달, 강물 소리의 손에 잡힐듯한 묘사 속에 이어진다.

국내 가장 탄탄한 팬덤을 갖고 있는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는 지난달 국내출간된 후 베스트셀러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주인공이 몇 달간 머물게 된 산속 저택의 주인인 늙은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숨겨 놓았던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둘러싼 수수께끼와 모험을 다룬다. 작품은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라는 소설 속 한 인물의 발언 때문에 일본 우익들로부터 ‘매국 작가’라는 비난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듯 분위기를 잡는 것이 너무 심하다" "'역사에는 그대로 어둠 속에 묻어두는 게 좋을 일도 무척 많다'는 주인공의 말에서 보듯 하루키의 역사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생의 실종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에 그의 부인과의 위험한 감정 곡예가 곁들여진 '위험한 비너스'(현대문학사)를 최근에 내놓았다. 추리작가로서의 장점에 오락성이 강한 면모를 더해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요시다 슈이치는 하루키나 마루야마 같은 1940년대생의 거장과 젊은 작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문학성 짙은 작품은 물론 첩보소설같은 작품을 쓰기도 하는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세계를 가져 '일본문학의 현재'로 불린다. 일상의 소소한 묘사와 심리가 살아있는 면에서 최근 출간된 '다리를 건너다'(은행나무) 역시 순수문학적이지만, 동시에 추리소설적인 이야기와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결합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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