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통찰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학교' 열린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나 아렌트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공통체의 가치도 중시했습니다. 자유지상주의의 면모도 보이면서 정치란 (지배·피지배 식의 구조라기보다) 행동할 때 발휘되는 힘으로 보았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를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할 수 있는 '학교'가 열린다. 1일 오후 서울 순화동의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한나 아렌트 학교’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임경석 경기대 교수는 한나 아렌트 철학에 대해 "하나로 규정해서는 놓치는게 더 많다"면서 그의 특징이 '유동성'이라고 설명했다.
아렌트는 지난해 말 광화문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진 촛불혁명 당시 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수많은 칼럼과 사설에 인용되기도 했다. 서구에서는 1990년대 이후로 '아렌트 르네상스'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주목받았고 2000년대 들어 아렌트의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그의 사상을 책과 함께 심도있는 강의와 토론으로 알아보자는 의미로 한국아렌트학회와 한길사가 공동으로 '학교'를 기획했다.
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세계 지배 과정 속에서 아렌트가 말한 전체주의적 요소가 도처에서 목격된다"며 "특히 유대인인 아렌트가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나치 치하에서 가졌던 (차별에 대한) 고민은 오늘의 한국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정치적 입장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 학교’는 오는 8월31일부터 내년 2월1일까지 총 22회의 강의를 진행한다.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 홍원표 한국외국어대 교수,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 등 한국아렌트학회에 소속된 학자 11명이 강의에 나선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촛불혁명 과정에서 아렌트가 가장 한국의 독서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촛불의 당위성을 각성시킨 사상가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과 4월 총 5회에 걸쳐 한나 아렌트 특강을 열었는데 장소가 꽉 찼다"면서 "한단계 더 성숙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지적 욕구의 표현이라고 본다. 한나 아렌트 학교는 '일종의 학술운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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