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시인' 심보선 "시는 말의 '뿔'이다"
[인터뷰]6년만에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펴낸 심보선 시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지난 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오늘은 잘 모르겠어'(시 '오늘은 잘 모르겠어' 부분)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취지의 거리연극제인 '안산순례길' 등 세월호나 해고노동자 문제 등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온 심보선 시인(47)이 6년만에 세번째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시인의 시들은 배우 유아인이 열혈팬을 자처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인용하는 데서 보듯 특히 젊은 층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시인의 시를 읽은 젊은 독자들은 '쓸쓸하다' '가슴이 저린다'는 느낌을 표현하곤 한다.
최근 펴낸 시집 역시 읽은 후 마음을 먹먹하고 쓸쓸하게 하는 많은 시들을 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독자들을 마냥 값싼 감상에 젖게 내버려두지 않고 사회적인 함의를 지닌 질문을 던지며 깨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에서 기자를 만난 심보선 시인은 "어째서 그렇게 쓸쓸한 느낌의 시들을 쓰는가"는 질문에 "슬픈 마음과 시로 쓰인 슬픔은 다르다"면서 "내 시는 제작되고 구축된 슬픔의 세계이며 그런 시 속 슬픔은 독자를 슬픔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시가 적당히 슬픔의 감성으로만 읽히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의 말로 풀이됐다.
"가난한 이든 부자이든 말의 리듬을 섞어 읊조리거나 노래한 것이 시였어요. 시의 운율에 따라 사는 '시율성'이 인간의 특징인 거죠. 주부, 장남, 노동자, 이런 (남들이) 기대하는 역할들은 어떻게 보면 한 인간에게 한계를 부여하는 것인데 시는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자유를 줘요. 시를 쓰고 읽을 때 '해방감'을 얻죠. 그러면서 자신을 다시 보고 세상을 다시 봐요. 그 경험은 굉장히 매혹적이고 때로 치명적이기도 해요."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에는 사랑과 고통, 죽음 등을 노래할 때는 비장미가, 가족간의 소소한 일을 다룰 때는 블랙유머가 번득인다. 7만부 가까이 팔린 첫번째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 2만3000부 판매된 '눈앞에 없는 사람'(2011)에 이어 '오늘은 잘 모르겠어'까지도 출간 1주일만에 2쇄, 총 1만부를 인쇄할 정도로 인기다. SNS와 책, 문학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시인은 다 잡고 있는 셈이다.
심 시인은 자신의 SNS상의 인기에 대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조용히 시간을 들여 문학을 읽는 문화는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책 만들기와 읽기'의 방식이 변하는 와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으로 SNS가 한 작가에 대한 관심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는 있어도 결국은 공유된 시를 읽고 나서 좋아야 책도 사고 다른 이에게 권하고 선물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독특한 이번 시집의 제목 그대로 "오늘은 뭘 잘 모르시냐"고 묻자 시인은 "어느 시점마다 모르는 게 늘 있다"면서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이, 알면서' '다 알잖아' '그런 거지 뭐' 이런 대화보다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이런 거 아닐까' '그런데 또 모르지 뭐' 이렇게 대화해야 좋은 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름'의 여지가 있어야 대화가 된다"고 덧붙였다.
271페이지로, 시집으로서는 두꺼운 편인 이번 시집 속 시들은 시인이 "머리가 뜨끈뜨끈할 정도로 시 쓰는 기계가 멈추지 않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최근 1~2년간 폭발적으로 창작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3~4편씩 쏟아냈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만쓰려고 해도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떠오른대로) 계속 썼어요."
자신의 머리를 '시 쓰는 기계'라고 표현했기에 "왜 기계인가" 묻자 시인은 "시도 결국은 과학적으로 두뇌활동의 산물이다. 머릿속의 '전기폭풍'이 말들어낸 말의 뿔이 결국 시"라는 독특한 대답을 내놓았다. 다시 "왜 시가 '말의 뿔'인가" 묻자 심 시인은 대답했다.
"일반적 말의 의사소통은 '그렇다'와 '아니다'를 통해 상호이해에 다다르죠. 하지만 시는 마음을 찌르는 식으로 다가와요. 어쩔 땐 아픈 데를 더 찔러요. 뿔이 있는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뿔로 예상치 않게 푹 찌르고 들어오는 것, 그러면서 슬프게도, 아프게도, 희열을 느끼게도 하는 것, 그게 바로 시이고 시의 소통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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