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사또가 춘향에게 한 "수청들라" 번역하면 "두 유 메리 미?"
우리문학 번역 관련 최초 전시 '세계가 취한 우리문학'
7월12일~9월17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드레스를 입은 춘향이가 책 표지와 삽화에 등장하고 변 사또의 '내 수청을 들라'는 말은 '두 유 메리 미?'(Do you marry me?)로 번역됐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자주 나오는 '하늘'이 '하늘 천'(天)이 아닌 '빌 공'(空)으로 번역됐다. 바로 우리 문학이 해외로 소개되기 시작하던 초창기인 19세기 말엽의 일이다.
1882년 일본의 '춘향전' 번역을 필두로 우리 문학이 해외에 번역 소개되는 과정과 논쟁, 재미있는 일화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소재 은평역사한옥박물관(관장 김시업)은 28일 오후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국내 최초의 번역문학 전시인 '세계가 취한 우리 문학'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7월12일부터 9월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된 우리 문학 주요 번역 200권을 활용한 전시로, '1부 세계가 취한 봄의 향기-춘향전' '2부 동북아시아 평화의 창구멍-정지용 윤동주' '3부 세계가 읽는 순간의 깨달음-고은' '4부 젊은 문학 미래와의 소통-배수아, 한강, 김영하, 김애란'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 기획위원인 권순긍 세명대 교수는 "일본이 1882년 최초로 춘향전을 번역해 신문에 연재했고 그 후 1989년 의사이자 선교사인 호러스 알렌이 우리 문학을 번역하면서 영어 번역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892년 프랑스가 서구 자유연애 식으로 춘향전을 해석해 책을 출간해, 바로크 시대 스타일로 드레스를 입은 춘향이 그네를 타는 삽화도 실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변 사또가 춘향에게 하는 '수청을 들라'는 말은 해당하는 표현이 없어 '두유 메리 미'로 번역되었다며 번역 초창기의 여러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윤동주 시의 일어 번역을 둘러싸고 일본 번역가 이부키 고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 '서시'의 하늘을 불교 경전(반야심경)의 공(空)으로 것으로 해석했다"면서 "하지만 윤동주가 가진 기독교 정신이나 우리 정신 유산인 유교를 생각하면 하늘 천(天)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하늘' 번역을 둘러싼 일본 문학자들 내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같은 문헌·문학사적으로 의미있는 자료와 논쟁들을 한눈에 알 수 있게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지용 시인이 조지훈 시인에게 보낸 친필편지와 현대 작가 중 가장 많이 해외에 번역된 고은 시인과 해외 화가들과의 콜라보(협업)작품인 '매혹'(Fascination)도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아울러 고은의 주요 번역서 70여종 전시 및 고은 시인의 개막식 강연도 준비됐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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