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카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리뷰]교회·이스라엘·IMF에 반대한 포르투갈 주제 사라마구 소설 '카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내가 선택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배웠어요. 우리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는 완전히 미쳤다는 것."('카인' 본문 154쪽)
가톨릭 교회,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한 목소리로 비판받은 공산주의자 작가. 포르투갈 정부로부터 검열당하고 분노해 스페인의 한 섬으로 건너가 죽을 때까지 산 소설가. '야생무'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를 성으로 가진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소설가 주제 사라마구(1922~2010)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소설 '카인'(해냄)에도 역시 그의 무신론자, 회의주의자, 공산주의자의 면모가 책갈피마다 드러나 있다. 사라마구가 죽기 1년 전에 발표한 소설 '카인'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눈으로 본 구약의 주요 사건들을 담고 있다.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갈 중부의 한 작은 마을의 가난한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기술학교로 진학했다가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했던 그는 그 후 번역가, 저널리스트가 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 사라마구의 소설가 이력은 소설 네 권을 출간한 후인 60세 무렵이 되어서야 빛을 발했다.
사라마구의 문학세계는 그의 정치적 행보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그는 1969년 포르투갈 공산당에 입당한 후 죽을 때까지 공산당 활동을 했다. 그에게 가톨릭 교회와 가톨릭이 국교인 포르투갈의 정부가 갖가지 탄압을 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시즘 정권하에서는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기도 했고 보수정권은 그의 이름을 문학상 후보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사라마구가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후 교황청은 "(문학성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에서 준 상 아니냐"며 의심했고 사라마구는 "나는 신앙인들을 존경하지만 그 기관(교회)에 대해서는 존경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영국 언론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사라마구는 "화가는 그림을, 음악가는 곡을, 소설가는 소설을 만들지만 우리는 예술가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이유에서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는 시민으로서 세상 일에 개입하고 연관되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시민이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아우슈비츠에 비교한 발언으로 유럽의 금기인 '반유대주의'를 건드리기도 했다. 2002년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을 방문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차원에서 놓고 볼 수 있는 범죄”라고 말한 것이다. 호된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사라마구는 그 후에도 노암 촘스키 등과 함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자세를 굽히지 않는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대영제국에 반대했다면 사라마구의 만년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지어지는 제국에 대한 반대가 특징이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와 그 후의 구제정책에 대해서도 “시장에 쏟아넣은 돈이 모두 어디 있는가? 긴축적으로 잘 관리되던 돈이 갑자기 나타나 무엇을 구한다고? 사람들의 생명? 아니 은행일 뿐이다. 마르크스의 말이 지금처럼 맞은 적이 없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구문명에 비판적인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서 '상상과 열정, 아이러니로 찬 그의 우화적 소설과 공적인 진실에 대한 현대적 회의주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인'은 사라마구 문학의 특징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제목처럼 하나님이 자신과 동생 아벨의 제물을 차별하자 화가나 동생을 살해한 카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하나님이 이마에 그려준 살인자의 표지를 지닌 채 시간여행자가 되어 구약에 기록된 시공간을 떠돈다.
그가 목격한 것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에 따라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황금소를 숭배했다고 몰살당한 이스라엘 백성, 노아의 방주 등이다. 이들 구약의 '명장면'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한 그가 깨달은 것은 '하나님은 완전히 미쳤다'는 것이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 텐데요."(본문 117쪽)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그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습니다."(본문 163쪽)
카인이 본 장면들은 근현대 사건들과 오버랩되면서 정치적인 의미로 확대된다. 어린이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희생된 소돔과 고모라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 그리고 황금소, 즉 다른 종교를 믿었다고 한 민족이 몰살당하는 장면은 나치가 했고 오늘날도 종교로 인해 빈번히 일어나는 '인종청소'를 연상케 한다.
"그거(소돔을 멸한 것) 아주 훌륭한 작업이었지. 깨끗하고 능률적이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최종적이었지."(본문 179쪽)
책 말미에서 카인이 하나님에 반발해 고의로 노아의 방주 계획을 망친 후 하나님과 나눈 대화는 작가가 말년까지도 품고 있었던 회의와 열정, 분노와 슬픔을 잘 보여준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줄 날이 와야만 했습니다."(본문 206쪽)
그리고 카인의 입을 빌어 사라마구는 하나님과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이 말을 건네기를 잊지 않았다. "소돔의 아이들을 잊지 마십시오."(본문 206쪽)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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