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이 장영실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카톡체'로 쓴 역사책

'조선왕조실톡''북톡카톡' 딱딱한 역사와 서평 카톡체로 재미와 정보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아들인 문종에게 세종대왕이 카카오톡(카톡)을 보낸다. "왜 비만 오면 자꾸 땅을 파?" 문종은 "비 얼마나 왔나 재보려구요." 농사에 중요한 강우량을 재기 위해 애쓰던 문종은 땅에 비가 스며들어 측량이 힘들어 원통형의 통을 만들어 쓸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에 세종은 "정말 좋은 생각이다^^! 만들어볼래? 개발자 붙여줄게"하고 말한다. 그리고 "세종님이 장영실 님을 초대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자다 깬 장영실 기술팀장이 등장해 "또 자격루 서버 터졌습니까?"하고 묻는다.

측우기를 발명한 사람이 세종대왕도, 장영실도 아니고 당시 과학(천문)에 관심있던 문종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카톡의 유머러스하고 자유분방한 대화를 통해 머리에 쏙 들어오게 설명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대를 위해 책이 담는 것이 '연성화'된 정보에서 '떠먹여주는' 정보로 파격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왕조실톡1'(이마)과 '북톡카톡'(나무발전소) 등은 우리 생활로 깊이 들어온 카톡의 언어와 형식을 차용해 각각 '역사'와 '서평'이라는 다소 딱딱한 정보를 먹기 쉽게 만들어냈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쉽게 연성화한 책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미디어, '지대넓얕')에서 더 나아가 아예 정보의 형식과 언어를 파괴시킨 이들 책은 '재미'와 '정보'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톡1'은 같은 제목의 웹툰을 바탕으로 조선사를 연대순으로 재구성한 역사교양 시리즈다. 조선왕조를 구성한 왕들을 총 9개의 패밀리로 나누고 각각의 가족마다 역사 속 특징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해, 식상한 '태정태세문단세…'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조선 왕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1권은 조선 패밀리의 탄생으로 태조부터 연산군까지 세 개의 패밀리를 다룬다.

'조선왕조실톡1'에서 말에 떨어진 사실을 쓰지 말라는 태종 이방원의 카톡에 사관이 그 말씀까지 기록하겠다고 응수하고 있다. ⓒ 이마 제공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거나 고증에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실록에 기록된 것'과 '기록에 없는 것'을 구분해 명시하고 있어 혹시라도 있을 혼란을 막았다. 저자인 무적핑크가 읽은 '조선왕조실록' 자체가 깐깐한 사관들에 의해 왜곡이나 누락없이 쓰여진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역사전공자인 이한의 '역사돋보기'가 각 장을 마무리하면서 놓쳤을 가능성이 있는 사실, 또는 역사적으로 강조해야 할 부문을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각왕각색 경연스타일', '궁궐안 동물원' 등 흥미로운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적고 있다.

'북톡 카톡'은 출판평론가 김성신과 개그우먼 남정미가 책에 대해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를 담은 독특한 형식의 서평책이다. 김성신은 "책을 기획할 당시 염두에 둔 것은 '떠먹여주는 서평'을 쓰자는 것이었다. 지금의 서평책들은 딱딱한 형식에 갇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책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조선왕조실톡1'은 지난 여름 출간된 이래 두 달만에 9쇄(3만부)를 찍었고 인기에 힘입어 3권 예정의 시리즈가 4권으로 확대됐다. '북톡 카톡' 역시 새로운 형식의 서평이라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북톡 카톡'에서 출판평론가인 김성신과 남정미가 맞춤법 관련한 책을 대화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 나무발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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