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보급판·페이퍼백 속속 출간, 도서정가제 해법 될까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1일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로 할인율이 15%로 묶이면서 책 구입비가 상승한 가운데 거품 뺀 보급판과 페이퍼백이 잇따라 출간돼 주목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26일 만화 '미생'(1~9권 완간) 200만부 돌파를 기념해 특별보급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생' 보급판은 크기를 줄이고 세트 케이스를 빼 가격을 낮췄다. 일반 세트 정가(9만9000원)보다 약 30% 저렴한 7만2000원에 28일 출시된다.
특별보급판에 최대 할인율(15%)을 적용하면 6만1200원에 '미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서정가제 시행 전 판매했던 40% 할인가(5만94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출판사 부키도 최근 장하준 케임브리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페이퍼백을 냈다. '장하준 교수 저서 150만부 판매 돌파 기념'으로 기획된 독자 사은 이벤트다.
페이퍼백은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크기로(128×188㎜) 줄였고 책값도 기존 정가보다 30% 정도 낮은 9800원에 책정했다.
콘텐츠의 질은 그대로 두고 생산 단가를 떨어뜨려 정가를 낮춘 페이퍼백이나 보급판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형성된 독자의 가격 저항과 책값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 정가를 낮추는 것에 부정적인 출판사에도 생산비가 줄어드는 만큼 정가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표지, 컬러, 종이, 제본은 조금 나쁘더라도 책을 보는 것은 결국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보급판이나 페이퍼백으로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키와 위즈덤하우스는 도서정가제를 염두에 두고 보급판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독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급판 활성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출판 시장이 양장본에 이어 페이퍼백을 출간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양장이 어느 정도 판매돼야 페이퍼백을 출간하는데 그럴 여력이 있는 출판사는 극소수라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책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소장하기 좋은 양장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페이퍼백을 내고 흑자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과재고가 쌓여 물류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면서 "페이퍼백 활성화는 다양성 측면에서 출판계와 독자에 좋지만 현실적으로 마진이 적어 잘 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백 책임연구원은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페이퍼백 출시를 꺼리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그래도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출판사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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