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도로 AI 공격 못 막아"…국경 넘는 '사이버 공동방어' 뜬다(종합)
취약점 발견부터 공격까지 수십분…AI 에이전트가 공격 자동화
네이버 "보안 AI 글로벌 확장"…英·日·아르헨도 정보공유·공조 강조
- 한수민 기자,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한수민 이기범 기자 = 인공지능(AI)이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방법까지 만들어내면서 사람의 해킹 대응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를 활용한 피싱·딥페이크와 악성코드 생성을 넘어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 공격하는 AI 에이전트까지 등장하면서 기존 인력 중심의 방어 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와 보안기관, 기업들은 AI를 이용한 방어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국가와 기업의 경계를 넘어 위협정보와 방어 기술을 공유하는 '공동 방어'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2026)에서 "생성형 AI는 피싱과 딥페이크를 정교하게 만들고 국가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은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며 "고성능 AI 출현으로 편리함과 함께 사이버 위협 수준도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어 "서로의 위협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고 기술과 정책을 함께 발전시킬 때 연결된 세상이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며 범정부·민간 협력과 국제 공조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취약점이 발견된 이후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기까지 수십 일, 길게는 수개월이 걸렸지만 AI가 취약점을 찾고 공격 방법까지 만들어내면서 그 시간이 불과 수십 분 수준까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밤을 새워 분석하고 대응책을 만드는 동안 공격은 이미 끝나 있을 수 있다"며 "사람의 속도로 AI의 공격을 막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자체도 공격 대상이 됐다. 프롬프트 인젝션과 모델 탈취, 데이터·모델 오용, AI 공급망 공격 등이 새로운 보안 과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AI가 가져올 위협을 어느 한 조직이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공격자에게 국경이 없듯 방어에도 국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발 사이버 공격에 맞선 핵심 대응책으로는 국가와 기업의 경계를 넘는 정보 공유와 공동 훈련이 꼽혔다.
김유원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버방위센터가 주관하는 국제 사이버 방어훈련 '락드 실즈'(Locked Shields)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락드 실즈는 수십 개국 전문가들이 가상의 국가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는 상황을 함께 방어하는 훈련이다. 네이버클라우드도 국가정보원과 대통령경호처, 경찰청, 군, 국내 민간 보안기업 등으로 구성된 한국 연합팀의 일원으로 2년 연속 참여했다.
김 대표는 "혼자라면 어려운 공격도 함께하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세계 최대 해킹 콘퍼런스 중 하나인 데프콘(DEF CON)과 AI 보안 생태계 등을 사례로 들었다. AI를 자유롭게 활용하거나 AI 에이전트가 직접 문제를 분석하고 공격하는 해킹 대회까지 등장하면서 공격·방어 양쪽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어제의 경쟁자와 오늘은 보안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대"라며 "강력한 사이버안보 네트워크는 하나의 기술이나 하나의 조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사이버 정보기관을 이끄는 엑토르 카사스 연방사이버정보청장도 현장에서 겪은 변화를 소개했다.
카사스 청장은 기존 사이버 공격 대응 절차와 매뉴얼이 AI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AI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격자들이 텔레그램 등 여러 채널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공격 방법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상황을 설명하며 방어자 역시 국가기관과 민간기업, 해외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격자처럼 생각해야 하지만 팀으로 방어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영국과 일본의 사이버안보 수장들도 국가 간 공조를 강조했다.
리처드 혼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 센터장은 현재 사이버안보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AI 중심의 급격한 기술혁신이 동시에 진행되는 '퍼펙트 스톰'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며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이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다 요이치 일본 국가사이버통괄실(NCO) 내각사이버관도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서로 협력하고 정보와 전문성을 공유해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이다 내각사이버관은 일본이 원격 접근과 무력화 조치 등을 포함한 능동적 사이버 방어 법제와 민관 협력 강화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공동 대응의 또 다른 축은 AI를 이용해 AI 공격을 막는 방어 기술이다.
김유원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한 기업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안 역량 자체를 AI 시대에 맞게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범용 AI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국내 보안 환경과 산업 현장의 특성을 학습시켜 반도체·금융·전력·통신·방위산업·항공우주 등 국가 핵심 산업에 특화된 사이버 공격 탐지·분석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이런 산업일수록 그 산업의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보안 모델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공격을 단순히 탐지하는 것을 넘어 그 공격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의미인지까지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공급망에 연결된 중소기업까지 보호하는 '공급망 보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와 방위산업, 항공우주 등에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지만 모든 기업이 충분한 보안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렵다. 공급망 가운데 취약한 한 곳이 공격받으면 다른 기업으로 피해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국가 차원의 보안 역량을 활용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함께 보호해야 한다"며 "보안에서 가장 약한 한 곳이 전체 생태계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안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보안 독파모)의 적용 범위도 국내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보안 독파모를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세계 각지의 AI 팩토리에서 AI 보안 모델이 함께 작동하도록 만들고 각 거점을 사이버안보 허브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나라가 스스로 지키는 것을 넘어 여러 나라가 서로를 지켜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사이버 시큐리티 포 올'(Cyber Security for All)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국정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CSK 2026은 '연결된 세상, 함께하는 보안'을 주제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33개국 60개 해외 정보·보안기관 대표단과 정부 부처·기업·학계 관계자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sumin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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