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철옹성' 뚫렸다…한국은행 美 장비 도입에 보안업계 촉각

국산 제품 유지했지만 글로벌 장비 기능별 병행 운용
업계 "공공 분야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한국은행 본부. 2020.12.1/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한국은행이 국가 망 보안체계(N²SF)를 반영한 '원PC(One PC)' 시범사업에 미국 팔로알토네트웍스 장비를 도입하면서 국내 보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국산 보안제품을 외산 장비로 교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중앙은행이 기능과 성능, 기존 보안체계와의 연동성을 따져 글로벌 기업 제품을 실제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사업의 국산·외산 경쟁 구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기능·연동성 따져 팔로알토 장비 8대 도입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원PC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팔로알토 장비 6대를 도입한 뒤 2대를 추가해 총 8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6대는 이용자의 접속을 분산 처리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맡고, 나머지 2대는 이용자 인증과 장비 관리에 활용된다.

원PC는 인터넷용 PC와 업무용 PC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한 대의 단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업무환경이다. 한은은 업무정보와 정보시스템을 기밀·민감·공개 등으로 분류하고 중요도와 위험에 따라 접근 권한과 인증 등 보안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N²SF를 원PC에 반영했다.

한은은 팔로알토 제품을 미리 정해 놓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여러 장비를 시험한 결과 외부 클라우드와 연결하지 않는 내부 구축형 환경에서의 운용 능력과 다중 게이트웨이 구성, 고가용성, 수평 확장성, 다른 보안제품과의 상호운용성 등이 요구 조건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다른 보안 솔루션이 특정 이용자나 PC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면 관련 정보를 전달받아 접속을 차단하거나 기기를 격리하는 방식으로 연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팔로알토는 장비 선정 이후 앤트로픽의 보안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글라스윙'에 참여해 고성능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를 활용한 보안 대응을 시험했다. 한은은 미토스를 염두에 두고 장비를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고성능 AI를 활용한 사이버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장비 도입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에 보안성 검토를 요청하고 관련 사항을 협의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국산 제품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국산·외산 솔루션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장비를 추가로 확대할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결정한다. 한은은 국산 제품도 필요한 기능과 성능, 시스템 구조를 충족하면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산 대체는 아니지만…업계 '공공 외산 경쟁' 경계

팔로알토는 네트워크 보안과 클라우드 보안, 보안 운영 등 여러 분야의 제품군을 갖춘 글로벌 주요 보안기업으로 평가된다. 국내 금융권 방화벽 시장에서도 팔로알토와 포티넷 등 외산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공공·금융기관에서는 요구되는 기능과 성능,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성, 구축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내외 여러 보안제품을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도 기존 국내 보안제품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영역에 외산 솔루션을 추가한 것"이라며 "특정 제품군을 전면 교체했다기보다 목적과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솔루션을 병행한 사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사례를 일반적인 국가·공공기관 보안시장 전반의 변화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과 사업마다 적용되는 보안요건과 도입 절차가 다르고, 한국은행이 어떤 구체적인 조건을 거쳐 장비를 적용했는지도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은 보안체계 전환 과정에서 기능과 성능, 다른 제품과의 연동성이 주요 선정 기준으로 부상할 경우 글로벌 기업과 직접 맞붙는 사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팔로알토와 포티넷이 강세지만 한국은행의 구체적인 도입 구조와 절차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사례만으로 공공시장이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앞으로 공공 쪽에서도 외산과 경쟁해야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