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아픔 없도록…고개 드는 '가명정보 결합'
매년 자립준비청년 2500여명 발생…8월 광주 2명 사망
독립 후 생활 데이터 부족…KISA '가명정보 활용' 지원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 지난 8월 광주광역시에서 '보호 종료 아동'(자립 준비 청년) 2명이 세상을 떠났다. A군(18세)은 지난달 18일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쪽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엿새 뒤 24일 B양(20세)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양의 유서엔 '그간의 삶이 고달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호 종료 아동'은 만 18세가 돼 아동복지시설을 떠나야 하는 청년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보호 종료 아동'들의 비극을 막을 첫 걸음으로 '가명(假名)정보' 결합을 통한 생활 수준 파악을 꼽는다. '가명 정보'는 개인 정보의 일부를 삭제·대체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다.
◇매년 보호종료 아동 2500명 발생…구체적 데이터 '부족'
18일 업계에 따르면, 매년 2500여명 규모의 자립준비청년이 발생하는 데 반해 그 이후 구체적인 생활을 다룬 데이터는 부족하다. 여러 산업간 '가명 정보'를 결합해 이들의 소득 및 생활수준에 대한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동욱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데이터안전활용단 단장은 "보호종료 아동 (관련) 통계가 많지 않다"며 "취업·주거 관련 가명 정보를 결합해 보호종료 아동 생활 실태 등을 통계적으로 내야 하고, (이를 통해) 관련 (개선)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가명 정보는 '서울 종로구 한글길12에 사는 32세 고길동씨'를 '서울 종로구에 사는 30대 초반 고XX'로 바꾸는 식이다. 지난 2020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 본격 도입됐다.
정보 주체 동의 없이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상업 등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또 다양한 기관·기업이 가진 데이터가 결합되면 의미있는 자료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 '보호 종료 아동 정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출 의료비 정보' △근로복지공단 '취업자의 소득 정보'가 결합되면, 자립 준비 청년들의 구체적인 생활 수준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KISA '가명정보 결합' 지원…"보건·건강·근로 등 데이터 모아 인사이트 마련"
가명처리 결합 신청을 원하는 기업은 KISA가 구축한 '가명정보 결합 종합지원시스템'에 접속하면 된다. 여기서는 매칭할 대상도 구하고, 결합 진행사항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가명 정보 결합'은 이같은 사회문제 해결은 물론 △민간기업 상품·서비스 개발형(패키지 관광 상품 개발) △신용평가 체계 개선 △성인병 조기발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도 쓰일 전망이지만, 아직 일반화된 것은 아니다.
KISA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뤄진 '가명정보 결합건수'는 총 252건(196건 완료·56건 진행)이다. 향후 '가명정보 결합' 확대를 위해서는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KISA는 온라인에서 가명정보 활용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내 '가명정보 활용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인공지능(AI) 기반 가명정보 처리 △결합 △활용 등 모든 과정을 도울 방침이다.
숫자·문자 위주의 정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정형(영상)·생체정보 등도 결합도 요구된다. KISA 측도 이를 인지하고 관련 정보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심동욱 단장은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올해부터 (관련된) 특화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금도 영상 속 이미지까지는 기본적으로 처리할 기술이 존재하지만, 영상도 가명정보에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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