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아이폰 SE3 머리는 똑똑, 디자인은 전작 붕어빵…"배터리 글쎄"
아이폰13과 동일한 AP 탑재…고사양 게임 원활히 작동
카메라·배터리 용량 아쉬움…"2년 뒤 새로운 외형 기대"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최신 AP 탑재로 머리는 똑똑, 디자인은 옛날과 붕어빵"
애플의 세번째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3'를 한 마디로 설명한 말이다. 애플은 지난달 25일 4.7인치 한뼘 크기의 보급형 폰을 출시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아이폰SE2에 이은 신작이다. 애플 중급형 폰 사상 처음으로 5세대(5G) 기술이 들어간 59만원대(64GB 기준) 기기이기도 하다.
일주일간 아이폰SE3 '미드나이트' 폰을 써본 결과, 이번 신작은 '전작과 똑같은 투박한 외형'과 '강력한 성능'으로 요약된다.
◇전작과 동일한 4.7인치…6인치대 화면 열풍 속 '한뼘폰' 고수
아이폰SE3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한뼘폰 철학'이 담긴 SE시리즈답게 화면이 작았다. 2세대(2020년작)에 이어 4.7인치 크기를 유지했다.
또한 아이폰SE2와 동일하게 2017년작 아이폰8 폼팩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쉽게 말하자면, 5년 전 디자인을 2년 전에 이어 올해도 다시 활용한 셈이다.
물론 잡스의 마지막 작품인 '아이폰4S'(2011년작)의 3.5인치보다는 1.2인치 더 크다. 하지만 현재 6인치대 스마트폰이 숱하게 나오는터라, 대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작은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작처럼 '넓은 베젤(테두리)'도 아쉬운 부분이다. 안 그래도 작은 화면에 테두리까지 넓게 들어가, 빠른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접하고 싶은 기자에겐 불편했다. 삼성전자 6.7인치 폴더블 폰 '갤럭시Z플립3'의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를 검색했을때 나온 영상은 아이폰SE3보다 하나 더 많았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중저가폰 '갤럭시A33 5G'(6.5인치)와 '갤럭시A23'(6.6인치)과 비교해도 아이폰SE3의 크기는 확연히 작다. 이러한 점에서 SE3은 잡스의 '한뼘폰'을 그리워하는 오랜 애플 마니아층을 노린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폰13과 동일한 최신 AP 탑재…고사양 게임 원활히 작동
아이폰SE3은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이었지만, 성능은 SE 시리즈 중 역대급 수준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얼굴은 신경을 덜 쓴 대신, 성능 향상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3에 들어간 애플리케이션(AP)인 'A15 바이오닉칩'이 그대로 아이폰SE3에 들어갔다. 여기서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Δ중앙처리장치(CPU) Δ그래픽처리장치(GPU) Δ통신칩 등 모바일 기기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한 모든 기능을 갖고 있다.
아이폰SE3 신작의 뛰어난 성능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유명 해외 스마트폰 성능평가(벤치마크) 앱인 긱벤치를 돌려보니, 싱글코어 점수는 1743, 멀티코어 수치는 3900을 기록했다. 기자가 3주 전 구매한 갤럭시Z플립3 점수보다 각각 60%, 20%가량 높았다.
실제로 A15칩의 힘으로 고사양 게임앱 '원신'을 1시간 돌렸을때도 끊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Z플립3으로 '원신' 게임을 60분간 했을때는 2~3번 정도 버벅거림이 있었다.
◇카메라·배터리 용량 아쉬움…"2년 뒤 새로운 외형 기대"
이 강력한 AP가 강력한 카메라 성능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피사체를 어두운 환경에서 또렷하게 찍히도록 돕는 '야간모드'가 들어가지 않아서다. 불을 끈 어두운 방에서 갤럭시Z플립3와 아이폰SE3로 빨간색 인형을 찍었더니, 애플 폰은 '야간모드'가 되지않아 피사체 형태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아이폰SE3은 전작에 없었던 '카메라 딥퓨전' 기능을 추가해 피사체의 노이즈를 줄이고 질감을 최대한 살려준다. 하지만 이 기능은 주로 낮 촬영시 힘을 발휘했고, 밤 시간대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뽐내지 못했다.
부족한 배터리 용량도 아쉬운 점이다. 전작 '아이폰SE2'(1821mAh)보다 10% 늘린 2018mAh 용량이지만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중저가폰인 '갤럭시A53 5G'와 '갤럭시A33 5G' 용량인 5000mAh의 절반도 안된다.
배터리 소모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실제로 고사양 게임 '원신'을 30분간 작동시켰더니 배터리 용량이 40% 줄었다. 또 유튜브로 1시간동안 영상을 봤을 경우 30% 줄었다.
지난 1주일을 정리하자면, 이 기기는 아이폰 프리미엄 폰의 높은 출고가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한다. 플래그십 기기만큼의 카메라 기능은 없지만 적당한 색감의 촬영이 가능하고, 고사양 게임을 문제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아이폰8 디자인과 비슷하지만 최신 칩셋을 탑재했기에 아이폰8 시리즈 이전 모델 기기 구매자에게도 추천한다.
또한 아이폰X부터 사라진 '홈버튼'을 그리워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소비자에게도 적합한 스마트폰이다. 다만 아이폰SE3에는 마스크를 쓰고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업계는 애플이 앞으로 2년마다 중저가폰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 추측이 맞다면 2024년 공개될 아이폰 SE4에서는 고성능뿐만아니라 달라진 디자인도 탑재되길 기대한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 스마트폰 등 숱한 중저가폰과 맞서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외형으로 소비자의 이목부터 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점수'가 아닌 '돈오돈수'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아이폰 SE를 여러번 써보며 뛰어난 성능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들이 수많은 중저가폰 중에서 SE 폰에 먼저 주목할 수 있도록 첫인상인 겉모습에도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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