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밸류체인]②반도체 넘어 AI공장까지…韓, AI 영토 넓힌다

네이버 1GW·SKT 2GW 구축…아태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
메모리 강점 살려 AIDC로 확장…전력·해외 수요가 성패 가른다

편집자주 ...AI 모델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뉴스1>은 미토스 사태 이후 급변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을 짚고, 한국이 AI를 빌려 쓰는 국가에서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 올라설 수 있을지 살펴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일곱 번째)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의장사 위촉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9 ⓒ 뉴스1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의 무게추가 모델 성능에서 컴퓨팅 인프라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정부와 국내 기업은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그동안 한국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모델을 미국 기업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AI 데이터센터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역할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은 풀어야 할 과제다.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글로벌 고객사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HBM 다음은 'AI 공장'…AI 밸류체인 넓히는 한국

한국의 AI 산업 전략은 자체 모델 확보에서 AI를 구동하는 컴퓨팅 인프라까지 넓어지고 있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피지컬AI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선정한 것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GPU와 HBM을 기반으로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다. AI 반도체부터 서버·네트워크, 전력·냉각 시스템 등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구축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국산화하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수요를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연결할 수 있다"며 "지리적으로도 해저케이블을 통해 다른 아시아 국가의 AI 수요도 흡수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자국어 기반 AI로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으로 경쟁해 성과를 내는 세계적으로 드문 국가"라며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부터 전력, 데이터센터 시공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돼 GW급 구상을 실제로 구현해 낼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035420)와 SK텔레콤(017670)은 이미 기가와트(GW)급 'AI 공장' 구축에 나섰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풀스택 AI 팩토리 아키텍처인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를 시작으로 같은 해 말 100MW, 2028년 200MW까지 규모를 늘려 장기적으로 1GW급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에 10억 달러를 지분 투자하고 브룩필드는 최대 90억 달러 규모의 자금 공급을 추진한다.

SK텔레콤도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대 2GW 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그룹이 보유한 AI 인프라 역량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상반기 아태 데이터센터 26.5GW 육박…韓도 GW급 증설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AI 확산으로 컴퓨팅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누적 설비투자(CAPEX)가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년 전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AI 컴퓨팅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망치도 가파르게 높아졌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와 클라우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아시아 국가 간 데이터센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태평양에서 건설 또는 계획된 데이터센터 용량은 역대 최대인 26.5GW에 달한다.

현재 한국의 데이터센터 규모는 아시아 주요 시장보다 크지 않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데이터센터 가동 용량은 663MW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본 도쿄의 가동 용량은 1397MW로 수도권의 약 2배였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도 각각 1068MW, 1110MW를 가동하고 있다.

GW급 AI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서면 한국의 아시아 시장 내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에는 SK(034730)그룹, GS그룹, 네이버가 참여한다. 1단계 구축 규모는 SK 5GW, GS 2.4GW, 네이버 1GW 등 총 8.4GW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CBRE코리아가 발간한 보고서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공급 제약이 만든 희소성 프리미엄과 엑시트(투자 자금 회수) 가능성 진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데이터센터는 522건, 33.6GW 규모에 달했지만, 최종적으로 전력 공급 승인을 받은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CBRE코리아 제공)
GW급 'AI 공장' 전력 어디서…글로벌 고객 확보도 관건

전문가들은 GW급 AI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전력망 확충에 재정을 투입한다. 2027년도 예산안에는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 관련 예산이 1조 5489억 원 편성됐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지난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에 2035년 기준 18.4GW, 연간 약 121TWh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수도권 밖으로 분산하고 발전설비와 송·배전망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BRE코리아가 발간한 보고서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공급 제약이 만든 희소성 프리미엄과 엑시트(투자 자금 회수) 가능성 진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데이터센터는 522건, 33.6GW 규모에 달했지만 최종적으로 전력 공급 승인을 받은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송전 효율을 높이면서 남는 전력을 적절하게 이동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AI를 위한 전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전력망 자체를 AI 기반으로 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글로벌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관건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30년 국내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64%를 해외에서 유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를) 1GW까지 확충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수요나 그린필드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글로벌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소버린 AI를 원하는 국가일수록 특정 강대국의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기에 미국과 중국이 아닌, 그러면서 자체 모델과 인프라 역량을 모두 갖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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