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감]구글에 뺏긴 건 지도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이다
고정밀 지도 내준 대가로 얻은 것…"상생협력?"
글로벌 패권 논리로 디지털 주권이 위협받는 현실 개탄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구글에 지도를 주기로 했습니다"
장장 19년에 걸친 구글의 대한민국 지도 국외반출 요청에 대한 정부의 답이 나왔다. 27일 관계부처와 기관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1대 5000 고정밀 지도를 구글에 내주기로 했다.
그간 정부는 한국의 분단 현실과 군사 안보 상황을 이유로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턴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도 국외반출에 대해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다. 지도반출 문제가 '통상 현안'으로 치환된 것이다.
미국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이 비관세 장벽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사안은 안보 정책의 영역을 넘어 외교·통상 압박의 대상이 됐다.
결국 정부는 조건부 허용이라는 선택을 했다. 보안시설 가림 처리 등 기술적 조건을 붙였지만, 정책의 방향 자체는 바뀌었다.
이제 쟁점은 허용 여부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가다.
질문은 분명하다.
△통상 압박을 완화한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확보했는가.
△한국 기업도 미국 정부에서 동일한 수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고용, 세수 확대 같은 실질적 투자 유치를 끌어냈는가.
△파생 데이터의 국내 환류 장치를 마련했는가.
뉴스1은 국토부와 협의체에 수차례 질의했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얻어가는 조건으로 무엇을 주기로 했는지.
이에 대한 국토부와 협의체의 답변을 문자 그대로 옮긴다.
"협의체는 구글社에도 국내 공간정보산업과 AI 등 연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 균형성장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 등을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강구·시행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국가가 수십 년간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구축한 고정밀 공간정보 체계를 구글에 내어주면서 우리가 약속 받은 것은 ‘상생협력’이라는 선언적 약속이라는 거다.
반면 구글은 이번에 손에 넣게 된 고정밀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상권 분석, 물류 최적화, AI 서비스 확장의 구조적 토대를 확보했다.
실제로 고정밀 지도는 단순한 길찾기 정보가 아니다. 도시 구조, 교통 흐름, 산업 밀집, 물류 동선이 집적된 국가 공간 인프라다. 자율주행·로봇·AI 물류·스마트시티 산업의 기반 자산이다.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이전되면, 그 위에서 생성되는 분석과 알고리즘, 부가가치의 중심 역시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구글은 “데이터를 제공하면 더 나은 서비스와 글로벌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경험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데이터는 한 번 유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불가역성'을 가진다. 현지 기업은 플랫폼 위에서 ‘입점자’로 남고, 알고리즘과 트래픽 통제권은 본사에 귀속된다. 데이터는 현지에서 생산되지만, 가치 창출의 상단부는 해외로 이전된다.
우리는 이미 구글에서, 쿠팡에서, 넷플릭스에서 이 경험을 생생하게 했다.
이 구조에서 ‘상생’은 대등한 파트너십이라기보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패권 구조 안에서 허용된 참여 기회에 가깝다.
과연 이것이 등가 교환인가.
안보를 이유로 수년간 지켜온 원칙은 통상 프레임 앞에서 흔들렸다. 그 전환이 불가피했다면,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 이익은 확보했어야 한다.
지도 국외 반출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데이터 주권의 일부를 이전하는 결정이다. 디지털 시대에 공간정보는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를 내주었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영토를 양보했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영토는 쉽게 내어줄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주었다.
미국 행정부는 지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다양한 디지털 정책에 대해 동일한 프레임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망사용료, 외국인 지분제한, 클라우드 공공서비스 진입 등이다. 그것도 다 내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 답을 마련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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