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으로 '유령입자' 잡았다…노벨물리학상 프랜시스 할젠(종합)
올해 노벨 물리학상 단독 수상…남극 얼음을 거대 검출기로
빛·양성자론 추적 힘든 먼 우주…천체물리학 새 영역 열어
- 유수연 기자,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권영미 기자 =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뉴트리노) 발견을 이끈 프랜시스 할젠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 자체를 중성미자 검출기로 활용하면서 빛이나 우주선만으로는 추적하기 어려웠던 고에너지 우주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은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랜시스 할젠 미국 위스콘신대학(매디슨 캠퍼스) 물리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 공로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 및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이다.
왕립과학원은 할젠 교수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천문학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극히 작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기본 입자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에서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핵입자천체물리연구소장)는 "중성미자는 지금도 우리 몸을 1초당 수억 개가 지나가는데 거의 그대로 통과한다"며 검출하기 어려운 입자라고 설명했다.
검출하기 어렵다는 특성은 역설적으로 먼 우주를 관측하는 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의 빛이나 양성자는 지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하거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중성미자는 전기를 띠지 않고 물질과도 거의 반응하지 않아 먼 우주에서 출발한 방향 정보를 비교적 그대로 간직한 채 지구까지 날아올 수 있다.
할젠 교수의 연구가 기존 중성미자 연구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일본 가미오칸데와 슈퍼가미오칸데 등 연구에서는 태양이나 지구 대기에서 생성되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 연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할젠 교수는 훨씬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포착해 먼 우주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성미자를 잡으려면 기존 검출기보다 압도적으로 큰 규모의 장치가 필요했다.
할젠 교수가 택한 방법은 남극 지하의 얼음 자체를 검출기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할젠 교수는 실험물리학자가 아닌 이론물리학자이면서도 대형 관측시설 구상을 현실화한 인물이라고 양 교수는 평가했다.
양 교수는 할젠 교수가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알리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30대 조교수처럼 보일 정도의 열정이었다"고 말했다.
중성미자를 이용한 관측은 빛만으로 우주를 바라보던 기존 천문학을 보완하는 새로운 '메신저'로서 의미가 있다.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 등 격렬한 우주 현상이 발생하면 중성미자를 비롯한 다양한 신호가 만들어진다.
그 중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날아오기 때문에 빛과 함께 관측하면 천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중앙대와 성균관대 연구진이 아이스큐브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중성미자 관측시설을 구축하려는 구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할젠 교수는 아주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가지고 우주가 어디에서 시작됐고, 높은 에너지에서 중성미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려 한 것"이라며 "중성미자 고에너지 천체물리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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