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양자컴퓨터 2029년 개발 목표…"완성 전에 첫 고객 찾아야"

"민간이 첫 고객 되긴 어려워"
공공 도입·실증으로 초기 수요 확보 제언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일 서울대에서 양자기술 연구현장을 방문하고 산·학·연 전문가와 벤처캐피탈(VC), 양자산업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자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정부가 2029년까지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스템이 완성된 뒤에야 고객을 찾기 시작해서는 산업화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산 양자컴퓨터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공공 부문이 '첫 고객' 역할을 맡아 초기 수요를 만들고 실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일 서울대에서 열린 양자산업 간담회에서 "2029년쯤 국산 양자컴퓨터가 완성된 뒤 첫 고객을 찾기 시작하면 개발에 들어간 투자가 연계되지 않을 수 있다"며 "내년, 내후년부터 시장을 어떻게 키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인 '7대 시드(SEED)' 가운데 하나로 양자를 선정하고 2029년까지 100큐비트급 양자 프로세서와 풀스택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민간기업이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의 첫 고객이 되기는 쉽지 않다.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한 양자기술 분야의 특성상 첫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능 검증은 물론 후속 투자 유치와 차세대 제품 개발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동일한 성능의 양자컴퓨터 10대를 만드는 것은 물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공학과 공급망, 첫 고객의 문제"라며 공공 부문이 초기 수요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에 도입하고 실증 과정에서 성능과 연결성, 가동률 등 실제 사용 지표를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초기 공공 레퍼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규모라도 계속 테스트베드가 만들어지는 것이 국내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라며 "성공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가장 많은 양자컴퓨터가 돌아가는 나라가 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 딥테크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 중심에서 시장 수요 중심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손영우 고려대 대학원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양자 분야에서 주요 병목으로 장기간의 연구개발(R&D), 고가의 연구·실증 인프라, 기술과 시장 수요 간 간극, 초기 자본과 전문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손 교수는 연구실의 기술을 먼저 개발한 뒤 수요처를 찾는 방식에서 나아가 실제 고객의 문제를 발굴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는 '랩투마켓'(Lab to Market)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자 대상 창업 교육과 양자클러스터를 활용한 인큐베이팅,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 등도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도 양자정책의 무게중심을 R&D에서 사업화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정부 중심의 리드도 중요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민간과 같이하는 방식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양자컴퓨팅·통신·센싱 분야가 굉장히 빠르게 급변하고 있어 산업화를 어떻게 가속할지 더 이상 고민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