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점→58점 한 달도 안 걸렸다…'속도조절론'에도 AI 경쟁 가속
오퍼스5.5, 아스트라 제치고 AAII 최고점…10개 평가 중 6개 1위
안전장치 강화·가격 인하도 동시에…AI 경쟁 전선 확대
- 나연준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최첨단 AI의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했지만 실제 기술·시장 경쟁의 속도는 좀처럼 느려지지 않고 있다.
불과 열흘 전 앤트로픽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의 능력 발전과 안전장치 구축의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데 공감했지만 두 회사는 22일(현지시간) 나란히 신모델을 내놨다. 이달 초 세워진 AI 성능 최고 기록은 한 달도 안 돼 다시 깨졌고 모델 가격은 더 낮아졌다.
23일 글로벌 AI 평가 전문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Artificial Analysis)에 따르면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오퍼스5.5'는 AI 모델 종합 성능 지표 AAII(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에서 58점을 기록해 평가 대상 모델 가운데 1위에 올랐다.
AAII는 코딩과 추론, 과학 등 10개 평가를 종합해 AI 모델의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다. 오퍼스5.5는 10개 평가 가운데 6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최고 기록이 바뀌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초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1'이 각각 53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오퍼스5.5가 이를 5점 차로 앞섰다.
AI 성능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시점이 최근 업계에서 확산한 '속도조절론'과 맞물린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지난 12일 AI의 능력이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보다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프런티어 AI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두 회사가 말하는 속도 조절은 AI 개발이나 신모델 출시를 멈추자는 의미는 아니다. AI의 능력이 안전장치보다 빠르게 발전하지 않도록 외부 평가와 기업 간 안전기준 등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앤트로픽은 이번 오퍼스5.5를 출시하면서 "속도 조절을 촉구한 이후 처음 출시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장치도 강화했다. 오퍼스 5.5는 앤트로픽 자체 평가에서 허용된 시험 환경을 벗어나 외부 시스템에 접근하려는 행동을 기존 오퍼스5와 미토스5.1보다 약 85% 줄었다.
해킹이나 생물학처럼 위험하게 악용될 수 있는 작업을 감지하면 오퍼스5.5가 직접 처리하지 않고 성능이 낮은 이전 모델에 맡기는 방식도 도입했다. 사이버보안 관련 작업은 오퍼스4.8로, 생물학이나 더 강력한 AI를 만드는 것과 관련한 일부 작업은 오퍼스5로 넘기는 것이다.
최신 AI의 높은 성능이 위험한 작업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작업만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모델로 자동 전환하는 방식이다.
오퍼스5.5는 출시 전 외부 AI 안전 연구기관 METR와 프런티어 디자인의 평가도 받았다. 성능 경쟁을 늦추겠다는 선언 대신 신모델의 능력을 높이면서 이에 맞는 안전장치를 함께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경쟁은 최고 성능에 그치지 않고 가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AI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코딩과 연구, 업무 자동화, AI 에이전트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모델을 얼마나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져서다.
앤트로픽은 오퍼스5.5의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은 오퍼스5보다 20% 낮췄다. 100만 토큰을 기준으로 입력은 4달러, 출력은 20달러다. 앤트로픽은 토큰 사용량까지 고려한 실제 운영 비용은 오퍼스5보다 약 40%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도 같은 날 중간급 모델 'GPT-6 솔(Sol)'과 경량 모델 'GPT-6 루나(Luna)'를 출시했다. 최상위 모델 GPT-6 아스트라에 적용한 코딩과 컴퓨터 사용, 정확성 관련 기술을 보다 작고 저렴한 모델로 확대했다.
가격도 낮췄다. 솔은 100만 토큰당 입력 2달러, 출력 10달러다. 루나는 입력 0.1달러, 출력 0.5달러다. 오픈AI는 GPT-5.6 솔·루나의 프로모션 가격과 비교해 API 가격을 50% 낮췄다고 밝혔다.
AI 기업들이 속도 조절에 합의하더라도 경쟁사까지 함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툴루즈경제대 교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AI 기업들의 공동 보조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쟁사가 따라붙는 상황에서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 속도 조절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도 전 세계적으로 AI 발전 속도를 늦출 현실적인 방안이 있다면 지지하겠다면서도 "지정학적·경제적 유인이 전속력으로 나아가도록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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