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원전 '풀가동' 불가피…고리2호기 재가동 임박

원안위원장 "에너지 수급 중요"…계속운전 막바지 점검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첫 사례…2037년까지 단계적 철거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호 위원장이 18일 부상 기장군 고리 2호기 및 고리 1호기를 방문해 현장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26.03.18 ⓒ 뉴스1 (원안위 제공)

(부산=뉴스1) 김민수 기자

"요즘 중동 상황으로 인해서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고, 정부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전력 공급을 위해 가동률을 80%까지 높이겠다는 발표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수원에서도 여러 가지로 부담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18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최근 중동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재가동을 앞둔 고리2호기 현장을 직접 점검한 것이다.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설계수명(40년)이 종료된 뒤 계속운전을 위한 심사를 받아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5년 11월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으며, 현재는 재가동을 위한 종합시험과 후속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3월 25일 시험을 마친 뒤 절차에 따라 이달 29일 또는 4월 초 가동이 가능하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 위원장은 "가동률이 올라가려면 고장이 없어야 한다"며 "남은 점검과 시험을 서두르지 말고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호 위원장이 18일 부상 기장군 고리 2호기 및 고리 1호기를 방문해 현장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26.03.18 ⓒ 뉴스1 (원안위 제공)
전원 끊겨도 버틴다…이동형 설비로 '이중 안전망'

고리2호기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입된 이동형 사고 대응 설비가 구축돼 있다.

전원과 냉각 기능이 동시에 상실되는 극한 상황에서도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 안전망’이다.

우선 고유량 이동형 펌프차는 격납건물(CV) 압력이 상승할 경우 대량의 냉각수를 주입해 내부 온도와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필요 시 외부 수원을 활용해 지속적인 살수와 냉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저압 이동형 펌프차는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설비로, 냉각수 고갈 상황에서 핵연료 노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고압 이동형 펌프차는 사고 초기 원자로 내부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도 직접 냉각수를 주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약 140k㎏/㎠ 수준의 압력에서도 주입이 가능해 초기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데 핵심 장비로 꼽힌다.

해수와 외부 수원을 활용한 냉각 체계도 구축돼 있다. 수중 펌프를 통해 바닷물을 끌어올려 이동형 펌프차와 연결하면, 기존 냉각계통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기 냉각수 계통을 대체해 열을 제거할 수 있다.

또 정수장 등 외부 수원을 활용해 격납건물 살수나 원자로 냉각수 보충도 가능하도록 다중 경로가 확보돼 있다.

전원 상실 상황에 대비한 이동형 발전 설비도 갖춰졌다. 1MW급 발전차는 필수 계통에 긴급 전력을 공급하고, 3.2MW급 발전차는 장시간 전력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주요 안전 설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들 설비는 실제 연결과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을 통해 성능이 검증됐으며, 사고 발생 시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투입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8일 고리 2호기 및 고리 1호기 현장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단이 관계자로부터 고리 1호기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2026.03.18 ⓒ 뉴스1 (원안위 제공)
1호기 해체 2037년까지…원자로 절단·부지 복원 순

이날 함께 공개된 고리1호기는 국내 원전 해체의 출발점이다. 고리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영구정지됐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5년 9월 26일 해체를 최종 승인했다. 국내 상업용 원전 가운데 첫 해체 승인 사례다.

해체는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2025~2026년에는 오염평가와 설비 제염 등 사전 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2027년부터는 해체지원시설을 운영하며 폐기물 처리와 설비 철거가 본격화된다.

설비 철거는 방사선 준위가 낮은 외곽부터 시작되며, 사용후핵연료는 2030~2034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이후 원자로 본체 해체와 폐기물 처리를 거쳐, 2037년 부지 복원과 규제 해제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2037년에는 방사능 기준을 충족하는지 평가한 뒤 부지 복원과 규제 해제 절차가 진행된다.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 철거를 넘어 산업적 의미도 갖는다.

국내 첫 상업용 원전 해체 사례로, 건설·운영·해체로 이어지는 원전 전주기 기술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방사선 관리와 제염, 원격 절단, 폐기물 처리 등 고난도 공정을 수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체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고리1호기 해체가 향후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