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만 과학기술" 안철수의 예언?…결국 과학교육 수석 없는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4.29/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4.29/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취임 이후 과학·기술 쪽에서 수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아지면 고려하겠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대통령실 인선을 발표하면서 밝힌 말이다. 논란이 된 과학교육수석에 대해서 '취임 후 검토' 입장을 밝혀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에는 과학기술 수석이 없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과학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대선 레이스를 벌인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과학교육수석'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4일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에게 새 대통령실에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고, 윤 당선인은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과학교육수석 신설 자체가 이 정부가 미래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와 비해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라며 "그것은 윤 당선인에게 간곡히 말씀드렸고,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제안은 장제원 실장의 발언대로 취임 후로 보류됐다.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계에서도 기술 패권 시대를 적극적으로 대비해야하다고 새정부에 목소리를 냈지만 공허한 구호로 끝나버렸다.

과학기술계의 주요 단체들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워주십시오'라는 긴급 호소문을 23일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은 "정부의 조직과 더불어 대통령실 내에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전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이런 컨트롤타워 기능은 수석비서관급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역대 정부들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 '과학기술 관련 수석비서관' 설치가 반드시 필요함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SW공제조합,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PMO협회 등 ICT 업계 단체 17곳은 25일 호소문을 통해 "인공지능(AI) 산업육성과 소프트웨어(SW)산업발전, 고도화된 디지털인프라(5G, 6G), 디지털융합산업지원, 사이버안전망, 100만 디지털인재양성 등 첨단과학기술이 디지털혁신과 디지털플랫폼정부로 이어져 혁신국가의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혁신국가로 한걸음 더 나아갈 새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운영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그리고 디지털 혁신을 책임질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설치를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8일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를 주제로 열리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2.2.8/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번 발표에 따라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깊어질 전망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가 '혁신과 미래'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동원하지만, 당선 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을 대변하듯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여러자리에서 "정치인이 아닐 때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떤 분이 과학공약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되면 안 지키는 것이다"라며 "대선 출마하면 전문가들이 글을 써주고, (후보가) 과학정책을 읽는다. 그리고 당선이 되면 출마 전에 가진 원래 생각과 관심사, 우선순위로 돌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정책 공약집을 통해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 육성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기초과학연구 △국가 연구개발(R&D) 전략 내실화 △메타버스 선도 △7대 우주강국 도약 △청년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반도체 초격차 유지 △원자력 진흥 및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개발 등을 제시했다.

또 윤석열 캠프는 공약집외 후보자의 발언 등을 통해 '과학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설치 및 고위직 배치'를 제시했으나, 인수위 단계에서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