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조번 진동" 테라헤르츠 전자파로 인체 속속들이 본다
KIST연구진, 테라헤르츠파와 메타물질 기술 결합…초고감도 영상기술 개발
극미량 치매 원인 물질 관찰 성공…다양한 질병 원인 진단 응용 기대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조영제 없이도 생체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통해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영상 진단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센서시스템연구센터의 서민아 박사 연구팀이 1초에 1조번 이상 진동하는 테라헤르츠(THz) 대역 전파를 이용해 생체 물질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는 X-ray나 방사선처럼 고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아 생체조직을 변형시키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조영제 없이도 생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 안전한 차세대 이미지 처리 기술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X-ray나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매우 작거나 극미량의 물질을 관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테라헤르츠파는 생체 내 수분에 흡수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관찰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있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메타물질을 활용해 대상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바꾸면 특정 파장에서 금속을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서민아 박사팀은 테라헤르츠파의 민감도를 높이고, 생체 내부의 물과 만나 흡수되지 않도록 수분과 만날 경우 그 경계면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도록 하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기존 테라헤르츠파 기술로 영상화가 어려운 극미량의 생체 조직의 선명한 영상을 촬영했다. 형광물질이나 방사성동위원소와 같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영상 장치와 유사한 수준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뇌 속에 극미량만 존재하고,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백질을 관찰했다. 기존의 영상 진단에서는 영상의 명암 차이를 통한 상대적인 비교만 할 수 있었으나, 테라헤르츠파는 분자들의 상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양까지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서민아 박사는 "인체 내 다양한 질병 원인 물질을 조영제 없이 직접 검출해 치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진단 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예를 들어 암조직 등을 조영제 없이 선명한 경계면을 확인하는 영상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질병 원인 물질의 테라헤르츠파 대역에서의 고유스펙트럼 데이터베이스 구축 △각 물질의 검출 및 이미징을 위한 메타물질 소자 생산 공정 △테라헤르츠 이미징 장치의 고속화·소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 센서와 바이오 전자기기'(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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