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로 말하는 과학자들, 오죽하면…코로나19 '공기전염' 선제 경고

32개국 과학자 239人 "공기전염 증거 아직 불확실하지만, 쌓이고 있어"
"바이러스 공기 전파 가능성 규명 몇 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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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답을 찾은 후의 '과학적 설명'은 알아듣기 어렵더라도 명쾌하다. 다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실수와 오류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바라보는 과학계의 심정이 딱 이러하다.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문제는 과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과학 연구 결과에 대한 판단과 해석에 더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과학만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대응 전략'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32개국 과학자 239人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공기전염 고려해야"

뉴욕타임스는 "239명의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작은 비말 입자가 (공기 전파를 통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예방 수칙 수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다음주 이 서한을 과학 학술지에 게재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기 전염이 우려되는 상황과 증거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이번 문제제기로 코로나 19 유행 초기에 가열된 공기 전염 논란이 또 다시 불붙게 됐다. 코로나19가 에어로졸 상태로 전염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를 통해 전파가 가능한데, 크기에 따라 입자의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μm)보다 크면 비말, 5μm보다 작으면 비말핵 또는 에어로졸로 정의한다.

에어로졸은 연기나 안개처럼 기체 중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가 떠다니고 있는 입자를 총칭하고 크기는 0.0001~5μm 정도다.

공기전파의 특징은 Δ에어로졸 내 병원체(바이러스)가 존재해야 하고 Δ에어로졸이 충분한 시간동안 공기 중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Δ2m 이상의 거리에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공기전파 여부를 규명하려면 우선 다양한 크기의 에어로졸에 포함돼 있는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진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WHO?…"최선의 대응 못찾아"

과학자들이 이번 공개서한에서 강조한 또 다른 주제는 국제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최선의 대응'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WHO는 현재 코로나19의 공기 전염에 대해서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개서한의 과학자 역시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WHO와 입장이 갈렸다. 이들은 "감염자들은 비말뿐 아니라 에어로졸도 만들어낸다"며 공기 감염에 대한 증거가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의 에어로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성장시킬 수 없었지만 이것이 에어로졸이 전염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실험 과정에서 대부분의 샘플은 바이러스 농도를 희석할 정도로 공기 흐름이 좋은 경우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기가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언급했다. 환기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는 기침과 대화로 생기는 작은 에어로졸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5월 이들이 말한 것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밀폐된 노래방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선제적 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이는 감염병 등을 다루는 역학 분야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최상의 보호법을 권고하는 원칙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국제방사선 방호위원회가 채택한 '알라라(ALARA) 원칙'이 있다. 인체에 대한 방사선 허용 기준이 과학적으로 형성돼 있더라도 방사선은 최대한 합리적인 선에서 피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서한을 제출한 과학자들 주장은 공기 전염의 가능성이 증명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권고를 할 때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원칙에 따라 공기 전염을 가정해서 권고를 바꾸거나 행동할 경우 실내·대중교통 공기 순환기에 대한 항바이러스 필터,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변경 등에 대한 논의와 기회비용이 든다.

또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예산과 미국과 중국 등 회원국 사이의 정치적 갈등 관리라 첨예한 환경에 처한 WHO의 상황에 동감하지만, 너무 의학적인 관점으로 증거에 매여 지침을 느리게 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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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염 규명에는 몇 년 걸려…장기적 안목 필요

비말은 보통 2m이내에서 대부분 떨어지고, 바이러스 포함 비말이 물체에 튀어 표면에 남은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적·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서 강조하는 2m와 손 씻기 등은 이러한 비말의 특성때문에 만들어졌다.

반면 비말보다 더 작아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에어로졸은 더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자의 기침·재채기·기관 삽관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해 멀리까지 이동한다는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알려졌다. 다만 이 에어로졸이 감염 능력이 있는지가 논쟁점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 간접적으로 공기 전염 가능성을 타진한 연구에는 △재채기시 나오는 물방울의 이동거리 측정(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연구진, JAMA Insights) △에어로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시간(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연구진, NEJM) △대변을 뚜껑 닫지 않고 물 내렸을 때의 부유 입자에 바이러스 포함 가능성 계산(미국 물리학회 연구진,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 등이 있다. 모두 직접적인 규명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의 전염 가능성에 대한 연구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감염병 대응 논의를 돕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전염 될 가능성이 있다'가 '전염된다'로 와전·오독돼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위적인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에어로졸에서 3시간 생존 할 수 있다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연구가 3시간 동안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 경우가 있다.

아직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 알아가는 단계인 만큼, 다양한 논쟁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심각한만큼 학계는 코로나19에 대한 논문 검증·발표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논문이 출판 후 검증과정에서 발견 못한 결점이 발견돼 철회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인포데믹에 전염되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참고 할 만한 전문가의 조언이 있다. 공기 감염 가능성 규명은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의 안광석 바이러스 면역학 교수는 'IBS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13호'에서 "(감염 가능성 문제는)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수, 배출 방법, 에어로졸 액체의 점도에 따라 달라진다. 비말 형태로 배출되더라도 수초 내에 증발에 의해 크기가 작아져 감염원으로부터 더 멀리 이동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도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며 "복합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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