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번 늘려도 괜찮아"…KIST연구팀 '투명전극 대형화' 성공

어른 손바닥 크기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
플렉서블·웨어러블 기기 파급력 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9일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이상수·손정곤 박사 연구팀이 높은 투명도에서도 신축성과 전기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은 나노와이더 전극을 에이포(A4) 용지 크기 이상의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4.09/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5000번 이상의 늘림을 이겨낸 투명전극 대형화에 성공했다.

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이상수·손정곤 박사 연구팀이 높은 투명도에서도 신축성과 전기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은 나노와이더 전극을 에이포(A4) 용지 크기 이상의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투명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전극이면서 투명하기 때문에 태양전지와 터치스크린 기반의 디스플레이 장치 등에 필수적 요소다.

현재 상용화된 것은 인듐주석산화물(ITO) 기반의 투명전극으로, ITO 기반의 투명전극은 금속 산화물 성분이기에 유연성이 매우 낮다. 이에 향후 휴대형 전자기기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플렉서블 및 웨어러블 기기에는 활용할 수 없어 유연성이 특화된 새로운 투명전극 개발이 필요했던 터다.

차세대 유연 투명전극 소재로 각광받은 은 나노와이어는 단면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인 가늘고 긴 막대 형태의 은(Ag) 성분의 나노소재이다. 매우 미세한 크기로 인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에 따라 구부러질 수 있으며 은 고유의 뛰어난 전기전도성과 함께 나노와이어가 엉켜있는 형태인 나노 네트워크를 구성해 투명도 높은 필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은 나노와이어는 구부러질 수 있어 유연한 반면 늘어나는 소재로는 활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미리 늘려놓은 기판 위에 나노와이어를 배치한 다음 늘어난 기판을 다시 이완시킬 때 나노와이어가 부러지거나 손상되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나노와이어 네트워크에 용매를 접촉한 상태에서 늘림-이완을 진행하는 고정을 새롭게 제안했다.

용매에 접촉하면 나노와이어가 젖으면서 나노와이어 사이의 마찰 저항이 감소하게 돼 기판과 함께 안정적으로 변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나노와이어 네트워크가 부러지거나 나노와이어 층이 벗겨지는 불안정한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제조된 은 나노와이어 네트워크 필름은 50% 이상 늘어날 수 있었고 5000번 이상의 반복적인 늘림에도 투명성과 전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또 마찰저항을 경감시키는 용매로써 에탄올 등과 함께 물이 좋은 결과를 보여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공정의 구성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제작 공정으로 A4 종이 크기의 기판에도 휘어있는 은 나노와이어 네트워크 필름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어른 손바닥 크기의 신축성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다양한 기계적 변형을 가함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소자의 발광효율은 일정하게 유지됐고 빛을 내는 발광체층 이외에는 모두 투명한 투명 디스플레이로서의 적용 가능성 또한 입증됐다.

이상수 박사는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휘어있는 은 나노와이어 신축 투명전극 제작 기술은 어떠한 변형에도 전기전도도가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손정곤 박사는 "대면적화 양산 공정에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고기능성 스마트웨어를 포함한 웨어러블 전자기기 산업 및 의료기기 분야에 새로운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 사업으로 수행됐다. 해당 연구결과는 소재 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