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뛰어넘는 AI에 '고용 감축' 공포…韓 일자리는 무사한가

4대 그룹 고용 줄였으나…AI 아닌 업황 부진·사업 재편 탓
"AI 청년 취업 악영향 주장 틀려…구인 공고 줄지 않아"

2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로 JOB자-2025 수원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5.10.2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최근 급격한 AI 기술 발전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AI 전환(AX) 시도로 일자리 규모 축소와 관련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의 급격한 발달과 인간의 능력을 가뿐히 뛰어넘는 역량만 놓고 보면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일자리마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최근 일자리 감소가 AI로 인한 것이라고 짚는 건 섣부르다는 반박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분석전문 한국 CXO연구소는 지난 22일 지난해 102개 대기업집단의 국내 고용이 전년 대비 8100명 늘어난 192만 명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서는 1만2300명 넘는 고용 감소가 발생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AI 확산으로 기업의 수익 증가와 고용 확대 간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AI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스타트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이 새로운 고용 창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4대 그룹 고용 추이(한국 CXO연구소 제공)/뉴스1
"AI 고노출 일자리 감소" VS "신규 인력 수요 감소 증거 없어"

한국은행도 국내 고용 둔화의 원인으로 AI를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 2025년 7월 사이 감소한 일자리 21만 1000개 중 98.6%가 'AI 고(高) 노출 업종'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신입 직원의 업무를 AI로 더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법무·회계·세무·광고·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업 △출판업 △정보서비스업의 청년고용이 각각 11.2%, 8.8%, 20.4%, 23.8% 감소했다고 했다.

반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분석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천경록 경제분석관은 지난 2월 '생성형 AI 고(高)노출 직업 현황과 최근 청년 고용' 보고서를 통해 "AI 고노출 직업군의 구인 및 청년 채용 추세가 여타 직업군과 뚜렷하게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천 분석관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AI 고노출 직업의 고용 및 신규 인력 수요가 감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생성형 AI의 빠른 발전속도를 고려하면, 불과 1, 2년 후의 영향도 현재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AI 고노출 직업의 고용 및 신규 인력 수요가 감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국회예산정책처 제공)/뉴스1
AX 발걸음 뗀 韓 기업…AI 고용 대체 경향 '아직'

최근 일자리 감소 추세에서 AI의 영향은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응 카이스트(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AI로 인해 고용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는 건 확실하다"며 "회계펌이나 로펌 등에서 (AI의 저연차 대체로) 채용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최근) 고용 규모가 줄인 원인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투자를 아끼느라 그런 건지, AI 때문인지는 원인 분석이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 감소가 발생한 4대 그룹도 일자리 감소의 이유에 대해 이제 막 도입을 시작한 AI가 아닌 부진한 업황과 사업 재편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AI 도입과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ICT업계에서도 AI로 인한 고용 감축 경향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네이버(035420)는 지난해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의 고용을 유지했다. 카카오(035720)의 경우, 오히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차원에서 세자릿 수 규모의 공개채용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시대에 적합한 소위 AI 네이티브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룹 공채를 열었다"며 "이들이 올해 입사해 고용 규모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6.8 ⓒ 뉴스1 김민지 기자
젠슨 황 "AI와 일자리 감축 연결하는 경영진, 게으른 변명"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대·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직업은 계속 늘어났다"며 "하나의 자동화 기술인 AI가 도입되며 직업의 양상이 달라지는 거지, AI가 청년층 취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국내에서는 채용사이트에 게시되는 구인 공고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주요 외신들도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일부 빅테크들이 AI를 대규모 레이오프(감원)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오라클은 최근 연례보고서를 통해 AI 도입과 활용으로 전체 직원의 13%(2만 1000명)를 감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라클이 뒤늦은 AI 인프라 투자로 인해 재무구조가 흔들린 탓에 비용감축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에서 "AI가 생산성을 발휘하고 유용해진 지 겨우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2년 전부터 AI를 이유로 사람을 해고해 왔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AI와 일자리 감소를 연결해 설명하는 경영진들의 말은 게으른(lazy)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근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레이오프를 진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 이후 2021~2022년쯤 빅테크들이 공격적 채용(overhirring)을 진행해 급격히 늘어난 인력을 최근 AI를 앞세워 대량으로 내보내고, 동시에 상시 채용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