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두나무와 '뜨거운 안녕'…'투자-육성-회수-재투자' 선순환
극초기 투자사로 참여해 두나무 경영까지 이끌어…수익률 500배
임지훈·이석우 전 카카오대표가 두나무 직접 이끌며 투자-육성 주도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초기 투자사로 참여해 두나무와 각종 사업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카카오(035720)가 두나무 지분 정리에 나섰다. 두나무 지분 약 1조 원어치를 팔며 13년 만에 500배의 수익률을 거뒀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지분 정리를 통해 결별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 카카오와 두나무 양사 간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현금 확보를 통해 인공지능(AI)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두나무 주식 228만 400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두나무 지분율 6.55%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처분 금액은 1조 32억 5156만 8000원이다. 자산 총액 대비 3.61% 수준이다. 처분 예정일은 6월 15일이다.
이번 처분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두나무 지분율은 10.58%에서 4.03%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기존 3대 주주에서 6대 주주로, 주요 주주 지위에서 밀려날 전망이다. 이번에 처분한 지분은 하나은행이 인수하며, 하나금융그룹은 두나무 지분 6.55% 확보해 4대 주주에 오른다.
카카오는 두나무 극초기 단계부터 투자에 참여했다. 두나무 창업 1년 만인 2013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의 1호벤처투자조합이 두나무에 2억 원을 투자하며 양사의 인연이 시작됐다. 2015년에는 카카오가 직접 33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후에도 두나무 투자는 이어졌다. 카카오가 일부 출자한 케이큐브벤처스의 카카오청년창업펀드는 2015년 두나무에 10억 원대 투자를 했으며, 2018년에는 카카오가 출자한 케이큐브벤처스의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조합'이 2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양사는 사업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두나무는 2014년 '증권플러스 for 카카오' 앱을 출시했으며, 2017년 출시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해 빠르게 가입자를 모으며 사업 초기 성장 기반을 다졌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제휴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두나무와 초창기에 각별한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 이석우 전 대표가 역할을 했다"며 "당시 임 대표가 투자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실제 임 전 대표는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시절 두나무 초기 투자에 나섰으며, 2015년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뒤에도 카카오의 추가 투자를 이끌었다.
당시 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나무가 처음에 뉴스 추천 서비스를 들고 투자를 받으러 왔는데 아이템은 와닿지 않았지만, 대표와 팀 구성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후 두나무는 두 달 만에 뉴스 서비스를 접었지만 증권 콘텐츠 서비스는 대박을 냈다. 그때 인물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석우 전 두나무 대표(현 두나무 고문)는 2014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았던 만큼 양사의 협력 관계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카카오의 조직 슬림화 기조와 양사의 사업 방향성, 네이버(035420)와 두나무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두나무 지분 매각으로 약 500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약 35억 원의 초기 투자금 기준 20억 원 내외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1조 33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초기 투자-성장 지원-이익 회수-미래 재투자'로 연결되는 카카오의 투자 철학이 거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는 이번에 확보한 현금을 AI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AI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두나무 지분 매각은 AI 사업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올해를 AI 수익화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50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 모두에게 개인화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서 대화부터 결제까지 완료하는 커머스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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