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시대 바둑 격차 더 벌어져…사회도 마찬가지"

"AI로 인한 격차 심화…바둑계 만의 문제 아냐"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소감을 밝히며 활짝 웃고 있다.2016.3.13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이 인공지능(AI) 도입 이후 바둑 프로기사의 실력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며, AI로 인한 양극화가 사회·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세돌 9단은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최한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알파고 대국 10년: 새로운 생각 시대, 새로운 생각'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9단은 "AI 프로그램이 쫙 깔리면서 바둑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절대적인 일인자가 나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갔다"며 "오히려 AI라는 도구가 생기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단 바둑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며 "바둑계는 AI를 5년 정도 일찍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다. 바둑에서 벌어졌던 변화, 격차의 심화 등이 지금 사회와 산업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의 진단은 최근 학계에서 AI가 학생 간 교육 격차를 벌린다는 논의와 궤를 같이한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은 학생은 AI를 도구로,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학생은 AI를 대리인으로 써 개인차가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9단은 "AI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9단은 AI 시대가 되면서 '서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현재 바둑계에서 AI가 기술적으로는 인간보다 훨씬 앞선 경지에 있지만, 인간 기사들의 명국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AI의 바둑에는 없다는 얘기다.

이 9단은 "아무리 AI가 바둑을 잘 둔다고 하더라도 서사라고 할 게 없다"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적인 바둑을 두고 있지만, 개성, 감정, 스토리가 없는 바둑이 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9단은 각 분야에서 '톱클래스'가 아니면 AI에 의해 쉽게 대체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내다봤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넓고 얕은 지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9단은 "이제 한 분야만 잘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AI를 통해 질문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걸 통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교육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입시는 AI 시대에 맞지 않는다. AI를 통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