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피해에도 손해배상은 20억…불법웹툰 처벌 '사각지대'

해외서버·반복적 폐쇄·광고수익…피해액 정확한 산정 어려워
불법유통 민·형사 책임 인정 의의…네카오 자체 대응도 꾸준히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아지툰'의 복제 사이트로 추정되는 불법 사이트 홈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국내 최대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 사이트 '아지툰'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 등 국내 플랫폼에 끼친 피해액은 최소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금은 2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사이트 특성상 실제 운영 과정에서 집계되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폐쇄와 재개를 거듭하고 사이트 내 배너 광고를 통해 부가 수익도 창출하고 있어 수익 특정 자체가 어려운 탓이다.

다만 콘텐츠 불법 유통이 형사 처벌과 민사 책임 모두를 명확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단순 배상금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향후 비슷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선례이자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함께 나온다.

네카오, 국내 최대 불법 사이트 '아지툰'에 승소

20일 정보기술(IT)·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은 아지툰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법원은 양사가 각각 청구한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전액 인용해 총 20억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아지툰은 웹툰 약 75만 건, 웹소설 약 250만 건을 불법 유통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사이트다. 2024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전지검의 공조 수사를 통해 운영자를 검거했으며, 이후 형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에 운영자는 항소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동일한 형이 유지됐다.

양사는 아지툰 내 불법 콘텐츠 유통 규모와 사이트 운영 기간 등을 바탕으로 최소 수천억 원대의 피해 추정액을 산정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각 원고에 청구 금액 전액을 인용한 후 손해배상금 지급과 함께 지연이자와 가집행을 명령했다.

특히 양사는 이번 민사소송 제기 전부터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카카오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리디·키다리스튜디오·레진엔터테인먼트·탑툰·투믹스)와 함께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 갈무리)
수천억 피해지만 배상 20억원…불법 사이트 수익 산정 한계

이번 판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손해배상액이다. 양사가 접수한 고소장에는 아지툰의 불법 유통에 따른 피해가 최소 수천억 원대로 적시됐지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도합 20억 원에 그쳤다.

이는 불법 유통 사이트가 실제로 콘텐츠 산업 전반에 끼치는 피해에 비해 명확히 특정할 수 있는 불법 사이트 운영 수익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입증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손해배상액을 산정한다.

불법 유통 사이트는 추적이나 적발을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외 서버를 이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주소(URL) 여러 개를 양산하고 폐쇄와 재개를 반복해 정확한 페이지 조회수 측정이 어렵다. 따라서 조회수에 따라 발생한 결제액과 사이트 내 광고 금액 등 부수입도 구체적인 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불법 유통 사이트가 이번 배상금을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은 여러 통계로 입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불법 복제로 인한 웹툰 산업 피해 규모는 약 4465억 원으로, 당시 약 2조 1890억 원(플랫폼 1조 4094억 원·콘텐츠 제작(CP)사 7795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웹툰 산업 규모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연차보고서 내 불법 복제 이용률을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웹툰 사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추진 시 겪는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1·2순위를 통합했을 때 '불법 복제 사이트에 따른 저작권 침해'가 전체 응답자의 3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네이버웹툰이 지난 5년간 웹툰 작가(창작자)에게 배분한 수익은 누적 4조 1500억 원에 달한다는 집계 결과도 있다. 창작자 수익만 수조 원대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유통 피해 역시 막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매우 큰 피해를 발생시키지만 실제 운영을 통해 취득한 불법 수익은 규모에 비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 판결의 10억 원은 법적 판단 기준을 반영한 결과지만 불법 유통 행위의 형사 처벌과 민사상 책임까지 명확히 인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행위의 기준이 되는 판례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폐쇄 전 동남아시아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망가쿠'(Mangaku) 화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이트 원천폐쇄·AI 사전 탐지…불법유통 칼 빼든 네카오

국내 웹툰 플랫폼은 불법 유통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법적 판단까지 연결하는 일 외에도 자체적으로 불법 유통 콘텐츠를 적발 후 삭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1월 불법유통대응팀 '피콕'(P.CoK)을 공식 출범한 후 지난해 12월까지 약 4년간 글로벌 불법 유통 콘텐츠를 약 10억 408만 건 삭제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업계가 낸 불법 유통물 대응 성과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특히 독자적 불법 유통 대응 프로토콜 'TTT'를 통해 단순 URL 삭제를 넘어 불법 사이트를 원천 폐쇄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 특정(Targeting)·운영자 추적(Tracing)·폐쇄 및 법적 조치(Takedown)를 연결한 원스톱 대응 체계다.

네이버웹툰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탐지 기술 '툰레이더'를 통해 2017년부터 불법 복제물을 추적하고 사전 차단 중이다. 최신 회차가 게시된 당일 국내 불법 사이트로 즉시 복제되는 작품 수는 지난해 1~3분기 평균 대비 같은 해 11월 기준 약 80% 감소했다.

이외에도 AI 조직 산하에 툰레이더 연구 개발 전담팀을 두고, 불법 웹툰 대응 전담 조직 '안티 파이러시'(Anti-Piracy)와 연계해 웹툰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