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구자에 더 깐깐한 논문심사…"심사시간 15% 오래 걸려"

美 알바레스 교수, 의·생명과학 3650만편 논문 분석 학술지 게재
"정확한 원인 규명해야…블라인드 심사·저널 성평등 지표 해법"

News1 DB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이공계 여성 연구자가 남성 연구자보다 더 깐깐한 논문 심사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공계열 분야에 여성 연구자 참여가 늘고 있지만, 교신저자 비중이 그만큼 늘지 못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21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 대학의 데이비드 알바레스 폰스 교수 연구팀은 3650만 편 이상의 논문 의학·생명과학 논문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에 이날 게재했다.

분석된 샘플은 3만 6000여 개의 의학·생명과학 저널에 게재된 것으로, PubMed 데이터베이스에도 색인 등록됐다.

일반적으로 과학 논문은 심사 과정에서 동료 연구자로부터 피어리뷰를 거친다. 연구팀은 여성 저자의 논문 심사에 드는 시간의 중앙값이 남성 저자의 경우보다 7.4%~14.6% 더 긴 것을 확인했다. 여러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차이는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알바레스 교수 연구진은 "특정 연구 분야에 여성이 얼마큼 대표성을 가지는지와 상관없이, 성별에 따른 광범위한 차별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진은 저소득 국가 저자들일수록 추가로 더 긴 심사 기간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알바레스 교수가 분석한 샘플의 규모가 전례 없는 만큼, 여성 연구자가 겪는 고충 자체가 실재하는 현상이라고 연구계도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해결책이 나오려면 보다 뚜렷한 인과관계 분석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보통 학술지는 심사할 때 저자 이름을 뺀 채로 심사위원에게 논문을 보낸다. 피어리뷰가 익명으로 이뤄진다는 뜻으로, (알바레스 교수의 분석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저자의 경우 심사 결과를 받고 논문을 고치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쓸 가능성도 있다"며 "이 부분이 분명하지 않아 주장에 충분히 설득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논문 출판 과정에서 다양한 소수 연구자가 겪을 수 있는 구조적 불이익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문제의식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편집 및 심사 단계에서 여성 저자를 향한 명시적인 차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여성 교신저자의 투고 비중 자체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은 대표성 격차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저자 신원을 심사자가 알 수 없도록 하는 '이중맹 심사'(더블 블라인드 피어리뷰)가 논의됐다. 최근 일부 주요 출판사 및 저널은 출판 과정에서의 성별 대표성 및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등 자가 점검을 시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연구 설계 단계부터 성별 및 젠더 관점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2016년 'SAGER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실질적으로 연구의 투명성 및 편향성 완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도 보고된다.

다만 홍 교수는 "효과의 크기와 방향은 분야·저널 운영 방식·측정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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