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게임사 짚은 '세이브 더 게임'이 불러 온 노스탤지어[토요리뷰]

넥슨 재단 후원으로 제작된 3부작 다큐멘터리…넷플릭스 공개
韓게임 산 증인들 출연…어두운 면은 언급없어 아쉬워

(넥슨 제공)/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몽글몽글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게임과 함께 한 기억들이 떠올라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3부작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타임머신이었다.

박윤진 감독이 찍은 '세이브 더 게임'은 넥슨 30주년을 맞아 넥슨재단이 제작을 후원했다. 1부 '세이브 더 게임'은 국내 첫 게임 개발자들이 활약한 '패키지 게임'을 파고 들었다. 2부 '온 더 라인'은 이를 이어 받은 온라인 게임의 성장을 다뤘다. 마지막 3부 '굿게임(GG) 한국의 게이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한국의 게이머들을 분석했다.

세이브더게임 1부 (넥슨 제공)/뉴스1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30년간의 한국 게임 문화 조명

한국과 일본의 게임 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콘솔과 PC다. 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기'를 통해 즐기는 게임이 주류였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PC 게임이 중심이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PC 보급이었다. 이 대목에서 10대 초반 '공부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달라 졸라 게임을 시작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1부에서는 이같은 배경을 갖고 성장한 PC 패키지 게임 시장을 조명한다. 한국 최초 상용 RPG '신검의 전설'을 만든 남인환을 비롯해, 한국 대표 패키지 게임사인 손노리(이원술, 서관희)와 소프트맥스(최연규) 등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의 생생한 증언들도 담겼다.

당시 즐겼던 '어스토니시아스토리', '창세기전', '포가튼사가', '화이트게임' 등 당시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들의 개발 비화는 흥미로웠다. 게임을 향한 사랑과 열정 하나로 개발에 몰두한 1세대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 /뉴스1

그래도 이들이 지핀 불씨는 한국 게임의 '화양연화'인 온라인 게임으로 이어졌다. 2부 '온 더 라인'은 이 부분을 다룬다. 전화선으로 PC 통신을 하던 시기를 넘어, '전용선'이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PC방 문화와 함께 성장한 한국 온라인 게임은 새로운 게임 문화를 꽃피웠다.

2부 역시 '바람의 나라'를 소개한 이정헌 넥슨 대표, '거상'의 김태곤 PD, '큐플레이'의 최영태 개발팀장, '메이플스토리'의 김진만 아트디렉터 등 한국 게임사에서 다양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출연한다. 개발자들이 전하는 흥망성쇠를 겪은 여러 온라인 게임의 뒷 이야기와 게임 유튜버 등 이용자의 시각이 교차하며 그때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3부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 게이머들의 특징을 문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송재경 대표(넥슨 제공)/뉴스1
패키지 게임 완성도 문제·메이플 확률 조작 등은 다뤄지지 않아

세이브 더 게임 3부작은 수십명의 한국 게임의 살아있는 증인들과 함께 한국 게임사를 깊이있게 다뤘다. 30년 차 게이머로서 몰입하며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부분 역시 뚜렷하다. '세이브 더 게임' 3부작에서 다소 축소되거나 가려진 내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임진록', '삼국지천명', '쥬라기원시전', '카운터블로' 등 국산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큰 족적을 남겼던 실시간전략게임(RTS) 장르의 언급이 거의 없던 건 아쉬운 점이다.

한국 게임의 어두운 부분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다큐는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이 무너진 원인으로 불법복제, 번들·주얼 게임 문화를 들었다. 그러나 부족한 완성도 문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실망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패키지 게임은 잦은 발매 연기에도 불구하고, '버그투성이' 결과물로 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오랜 시간 기다려 구매한 손노리의 '포가튼사가',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등은 도저히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기억이 있다.

온라인 게임을 다룬 2부도 마찬가지다. 넥슨 게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도, 국내 온라인 게임의 신뢰를 뒤흔든 메이플스토리의 '확률 조작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브 더 게임 3부작은 지금까지의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한국 게임의 '좋았던 옛날'을 성공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걸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게 아쉬울 뿐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