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부터 사설 서버까지…엔씨는 20년째 '불법과의 전쟁' 중
'아이온2' 매크로 사용자와 관련 음모론 제기한 유튜버 형사고소
FBI와 북미 사설 서버 폐쇄하기도…"수사 기법 고도화 필요"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엔씨소프트(036570)가 '아이온2' 내 불법 매크로 사용자와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유튜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게임사가 이용자를 직접 고소하는 사례는 이례적인 만큼, 엔씨소프트가 지난 20여년간 이어 온 '불법과의 전쟁'에 눈길이 쏠린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달 17일 게임 유튜버 '겜창현' 고소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해당 유튜버는 방송에서 "엔씨소프트는 무과금 이용자만 제재한다", "매크로를 끼워서 팔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가 작업장 사장이다" 등 발언을 해 기업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12일에는 '아이온2'에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이용자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엔씨소프트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배경에는 불법 프로그램이 게임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달 10일 업데이트 전까지 '아이온2' 내 매크로를 이용할 경우 시간당 약 100만 키나(게임 재화)를 획득할 수 있었다. 24시간 가동 시 하루 획득량은 2400만 키나에 달했다.
반면 필드 사냥으로 하루 50만 키나 이상을 얻는 일반 이용자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정상 이용자와 매크로 사용자의 재화 수급 격차가 48배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현재는 사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키나 수량이 하루 100만으로 제한돼 있다.
이러한 불법 행위는 인게임 몬스터와 채집물 고갈로 이어져 일반 이용자의 성장을 방해하고, 거래소 내 재화 가치를 폭락시켜 경제 체제를 무너뜨린다.
상장사인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운영진 결탁설 같은 음모론은 기업 가치 하락과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강경 대응의 배경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상대하는 건 불법 매크로뿐만이 아니다. 운영진 승인 없이 게임물을 무단 복제해 서비스하는 '불법 사설 서버' 역시 척결 대상이다.
특히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도용한 사설 서버들은 게임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사다리 게임, 홀짝 등 불법 도박 콘텐츠를 결합해 운영한다.
엔씨소프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사설 서버를 단속했다.
2006년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협력해 북미 지역 '리니지2' 사설 서버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했다. 2007년에는 경찰 사이버수사대, 검찰과 협력해 사설 서버 개발자를 국내 최초로 구속시켰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5만개의 불법 사설 서버가 차단됐다. 2017년 기준 사설 서버 직접 피해액은 약 2조 4385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지능화하는 사설 서버 범죄를 막기 위해 수사 기법을 고도화하고 국제적 공조를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장 출신인 장준원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조직 내부에 잠입한 뒤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파악해 일망타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희석 한국경찰과학전략센터 이사장은 "불법 서버 취약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한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차단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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