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장도 허덕이던 韓 AI에 단비…엔비디아 26만장 파격 공급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한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량 확보에 성공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확보를 목표로 했던 5만장의 다섯 배가 넘는 26만장 규모다. 확대 조정할 계획인 최대 20만장과 비교해도 6만장이 더 많다.

GPU 수급난에 시달려온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향후 우리나라가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1일 한국 정부 및 주요 기업에 총 26만 장의 블랙웰 GPU를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 삼성,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각각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 장의 GPU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와 기업들은 확보한 GPU를 기반으로 자동차, 반도체, 통신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AI 개발 및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AI 3강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 GPU 부족은 늘 고민거리였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빅테크가 수십만 장의 GPU를 확보해 AI 경쟁에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불과 몇만장의 GPU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대폭 증가시키며 GPU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2030년 GPU 5만 장 구축 목표를 2028년까지 조기에 달성하고, 최대 20만 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한국은 GPU 확보 계획을 초과 달성하며, GPU 부족으로 겪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모두 공급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예정된 만큼 AI 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AX를 비롯해 추진하려는 전략이 있었을 텐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었을 것"이라며 "대량의 물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게 되면서 AI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정부, 기업의 협력 강화로 한국 AI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확보한 GPU 물량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및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다양한 산업별 AX,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GPU 활용 방법을 고심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도 기대된다. 엔비디아는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AI 팩토리 건설에도 참여한다. 생산, 운영 과정에서 AI의 역할이 강조될 AI 팩토리는 향후 우리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NC AI,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이 참여하는 AI 추론 모델 개발 과정에 엔비디아의 데이터 세트 등을 활용하는 등 엔비디아와 힘을 모은다. 나아가 양자컴퓨팅, 로보틱스, 6G 기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에서도 협력하며 AI를 기반으로 한국의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