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쏙 빼놓고 韓 요구 수용했다는 구글…"설득력 없다" 지적

보안의 핵심 조건은 '블러'가 아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구글 연간 국내 기부금 5000만원…"사회적 책임 지지 않아"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 (구글 제공)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구글이 한국 정부의 안보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며 민감시설 블러 처리와 좌표 비공개 조치를 발표했지만 핵심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사실상 거부했다.

지도 국외 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배제하고 우리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힌건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여론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은 두 차례 연기된 상태로 정부는 오는 11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NO…결국 '비용' 때문?

정부가 꾸준히 강조해 온 핵심 조건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다. 정부는 지도 데이터가 국내에서 관리·처리돼야 안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특정 지역에 센터를 짓는 데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더라도 프로세싱은 해외에서 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제약이 있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의 설명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설치하면 로컬에서도 충분히 프로세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구글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꺼리는 이유로는 세금과 규제 문제가 거론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IT 산업은 데이터센터가 위치하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관례"라며 "구글은 1000억 원이 넘는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150억 원 정도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와 관련해 법적인 다툼이 생겼을 때 법원은 증거를 바로 확보해야 하는데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으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왜 다르냐"…구글 해명은 '모호'

구글과 같은 티맵 데이터를 활용하는 애플 지도에서는 도보와 자동차 길 찾기가 가능한 반면 구글 지도는 대중교통 안내만 지원하고 있다. 구글이 의도적으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데이터' 핑계를 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 총괄은 "타사 지도 서비스와 구글 지도는 다르다"며 "타사가 어떤 요구사항을 받고 서비스를 구현하는지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결국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자율주행, 가상현실(VR) 등 미래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구글은 이날 '한국 공간정보산업'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전했지만 국내 연간 기부금이 5000만 원에 불과한 구글의 약속을 쉽게 믿기는 어렵다.

전 교수는 "현대자동차(005380) 미국 법인도 현지에 1000억 원 넘게 기부를 한다"며 구글은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고 얻을 건 얻어가려는 태도"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2025.08.31.(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국, 디지털세와 관세문제 계속 다룰 것"

데이터센터 설치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구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번 논의는 기술 이슈를 넘어 안보·산업·조세·통상이 얽힌 복합적 쟁점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도 데이터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터너 부사장은 "양국 간 어떤 협상이 진행되는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은 디지털세와 관세 문제를 전 세계 국가들과 다루고 있다"며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